[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주가 동조 현상이 심한 바이오기업들이 최근 나란히 급반등 중이다. 불과 한달 전에 일제히 급락했던 업체들이 동시에 오르는 건 개별 업체 상황과 무관하게 투기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우려를 낳는다. 더욱이 결과를 뒤엎은 발표들이 자체 평가에 의존한 경우가 많아 불안감이 없지 않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와 신라젠, 에이치엘비 등 주요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이달 들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공통점은 최근 임상 3상 단계에 있던 신약 개발 성과에 대한 부정적 결과들이 도출되며 이에 대한 실망감에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기업들이란 점이다. 6월 에이치엘비부터 8월 신라젠, 지난달 헬릭스미스까지 한 달 간격으로 줄줄이 내리막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에이치엘비를 시작으로 하나 둘 기존 부정적 결과를 뒤집는 새로운 결과들을 발표하며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에이치엘비는 당초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탑라인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실망감이 짙었지만, 지난달 29일 추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최종 성공 결론을 재도출한 이후 불과 열흘 새 기업가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막바지에 다다랐던 펙사벡의 간암 임상 중단에 급락했던 신라젠 역시 최근 대장암 환자 대상 임상에서의 초기 임상 성과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지분 매입 소식에 살아나는 중이다. 아직 다른 두 기업에 비해 기업가치 회복폭은 적은 편이지만 이달 들어서만 두 번(1일, 7일)의 상한가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중순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엔젠시스의 임상 데이터 오염 쇼크로 결과 도출에 실패했던 헬릭스미스는 불과 3주 만에 반전을 이뤄냈다. 당초 대책으로 제시했던 추가 임상(3-1B상)에서 주평가와 부평가지표인 12개월 안전성 및 유효성을 모두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해당 내용을 밝힌 헬릭스미스는 8일 간담회를 개최해 세부적 설명과 향후 데이터 오염 방지책 등을 설명했다.
당초 각 사별 부정적 결과 발표 시에도 개별 기업들의 이슈로 봐야한다는 신중론이 존재한다. 국산 신약개발 기업 모두의 전망을 긍정론으로 급전환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바이오업종 최대 기대주로 꼽히던 3사의 급락에 침체됐던 업계 분위기가 최근 반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자체적인 지표의 성향이 강하고 최종 성과로 도출된 분위기가 아닌 만큼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업계 분위기가 재차 거품론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강당에서 엔젠시스 3-1B상 주요 지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