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국제해가기구(IMO)의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50% 저감 목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20% 정도를 저감했으나 이 수준에서 더욱 확대할 만한 대체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IMO가 저감 목표를 위해 선사들에게 탄소배출권 구매를 강제화할 경우 선사들의 비용부담 확대도 우려되고 있다.
17일 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IMO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저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2008년 글로벌 해운업계는 10억2500만톤의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IMO의 저감 목표가 실패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2050년 선박 탄소 배출량이 IMO 목표치 대비 3배 이상 초과할 것으로 우려했다.
지난해 기준 탄소 배출량은 8억2800만톤으로 2008년 대비 20% 가량 줄어들었다. 배출량이 20%가량 줄었음에도 클락슨이 목표 달성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은 추가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운업계는 2020년부터 황산화물(SOx)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황함량이 낮은 저유황유로 연료를 전환된다. 전 세계 선대 중 97% 가량은 저유황유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되며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 장착과 LNG연료추진선 신조 발주 비중은 매우 낮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저유황유는 황함량을 낮출 수 있지만 탄소 배출량은 줄일 수 없다. 클락슨은 IMO가 2050년 탄소 배출량 50%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톤마일 증가율 전망치 1.5% 하향 △전체 선대 45% LNG연료추진선 전환 △40% 제로 카본 선박 전환 △15% 선박 연료유 사용 등의 전제 조건을 달았다. 그래야만 탄소 배출량을 5억1200만톤 수준으로 줄여 저감 목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처럼 대대적인 연료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현조선과 신조선은 총 10만1400여척이며 이중 LNG연료추진선은 850여척으로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연료를 LNG로 전환하거나 신조 발주하기에는 비용부담이 높은 탓이다.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선박들. 사진/뉴스토마토
해운업계 관계자는 "2030년이 되도 LNG연료 추진선 전환 비중은 5%도 안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2050년까지 비중을 40%까지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소나 배터리 추진선 등 제로 카본 전환 40%은 그야말로 '꿈'"이라고 강조했다.
선사들은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IMO가 탄소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정 수준 허용된 배출량을 초과했을 때 배출권을 사들여야만 선박 운영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선사들은 현존선을 계속 운영해 신조 비용을 줄이는 대신 탄소배출권을 사들이던가, 친환경 선박을 신조 발주해 배출권 구매에 따른 비용 절감을 노려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먼 미래지만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길 것"이라며 "탄소 배출량이 높은 선사들은 배출권을 사들여야만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연료추진 원유운반선의 모습. 사진/삼성중공업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