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선박운항 정시성 98.1%…"철저한 관리능력=서비스 품질"

에펠탑보다 큰 현대상선 'HMM 블레싱'호 2박3일 승선기
운항시 환경·안전·화물품질 가장 중요한 3요소…스크러버도 이미 장착
"선원들, 바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사회 구성원임을 기억해주길"

입력 : 2019-10-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가족과 사회와 떨어져 단절된 환경에서 지내다 보면 공통적으로 사회에 대한 간절함이 생긴다. 선원들은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지내고 있다. 선원의 일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김종대 현대상선 '에이치엠엠 블레싱(HMM Blessing)'호의 선장은 지난 10~12일 승선 취재를 위해 배에 올라탄 기자에게 이처럼 말했다. 김 선장은 해양대학교 졸업 후 23년간 오로지 현대상선에서만 근무했다. 선상 근무로 인한 사회와의 단절로 수많은 애로사항을 겪었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있었기에 오랫동안 배를 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블레싱'호. 사진/뉴스토마토
 
블레싱호는 지난 10일 밤 12시 중국 닝보항에서 접안 후 8시간의 짧은 상하역 작업을 마치고 11일 오전 8시30분 부산으로 출항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배는 10일 오후 11시 닝보를 떠났어야 했으나 앞서 접안했던 배가 크레인 문제로 화물 상하역 작업이 늦어지면서 블레싱호의 출항이 다음날로 미뤄졌다. 
 
기자는 닝보에서 블레싱호에 올라타 2박3일간 선원들과 함께 지냈다. 블레싱호는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20피트 컨테이너 1만1000개를 실을 수 있는 제원을 갖췄다. 길이 330미터, 너비 48.2미터, 높이 27.2미터로 선박을 세웠을 경우 300미터의 에펠탑보다 크다.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서 건조돼 지난해 현대상선에 인도됐으며 선장을 포함해 총 23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닝보항에서 출항시 6400TEU의 컨테이너가 실렸으며 부산에서 1850여개가 하역했다. 
 
기자가 승선한 시간이 매우 늦은 밤이었던 만큼 배에 올라타 짐도 풀지 않은 채, 바로 브릿지(조타실)로 향했다. 브릿지에서는 닝보항의 높은 겐트리 크레인이 블레싱호에 컨테이너를 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선원이 아닌 이상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더욱 인상 깊었다. 
 
다음날 아침 블레싱호가 부산으로 항해를 시작하면서 기자는 본격적으로 상선 투어에 나섰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기관실. 안전화와 작업복, 안전모 착용은 필수다. 이곳에는 이유동 기관장과 1·2·3등 기관사, 실습 기관사 등 총 9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유동 기관장은 "웬만한 설비들은 자동화돼 있으나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기관실을 지키고 있다"며 "입출항때나 운항 중 선박 수리시, 위험 지역에 들어섰을때는 모두 대기한다"고 설명했다. 
 
부산항 컨테이너 야드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블레싱호에는 8기통 엔진이 탑재됐으며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바르질라의 오픈형 스크러버도 탑재했다. 실제로 본 스크러버의 크기는 엄청났다. 고개를 아무리 들고 다리를 구부려도 한 눈에 보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현재 중국 연안지역에서는 오픈형 스크러버 사용이 금지된 만큼 이 규역을 지날 때는 저유황유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관실에서는 컨트롤 판넬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기오염 배출량을 확인하고 있었으며 그동안 제기된 스크러버 설치에 따른 선원들의 업무 부담도 우려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이 이 기관장의 설명이다. 
 
기관실 투어를 마친 후에는 선수(뱃머리)에서 선미(배 뒷부분)까지 걸으며 선사별로 색깔이 다른 컨테이너와 고부가가치 화물인 냉동·냉장 컨테이너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컨테이너를 보기 위해서는 선내 사다리를 오르내려야 했는데 생전 올라보지 않은 일직선의 사다리를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반면 선원들은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것이 밥 먹듯이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원들의 선박 관리 능력은 현대상선의 컨테이너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 기준 현대상선의 선박 운항 정시성은 91.8%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8% 증가한 수치다. 김종대 선장은 선박 운항때 환경, 안전, 화물 품질을 가장 중요시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선내 발생된 쓰레기를 그대로 바다로 투기해도 무관했다. 하지만 규제 강화에 따라 선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별도의 저장탱크에 보관해 육상에서 처리하거나 분쇄해 연안 3마일(약 5㎞)거리 밖에 배출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상선은 2020년 환경규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존선뿐만 아니라 신조선에도 스크러버를 설치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김 선장은 "현대상선이 메가 컨테이너선에도 스크러버를 장착하며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며 "선도적으로 해운업계를 주도하고 있다는데 모두들 동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운항 중 인명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기기마다 보수·정비를 하고 화물이 선적하고 하역할 때까지 안전하게 관리해 정시성을 지키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종대 현대상선 'HMM 블레싱'호 선장. 사진/ 뉴스토마토
 
또 선내가 아닌 육상에서도 메가 컨테이너선 화물 관리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부산에 위치한 현대부산신항만(HPNT)은 야드크레인 38개, 겐트리 크레인 12개 등의 제원을 갖추고 있다. HPNT는 지난해 230만TEU를 처리했으며 올해는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250만TEU가 예상된다. 고상준 HPNT 감독관은 "대형선이 와도 화물 처리에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선박내에서 부지런히 돌아다니니 어느새 하선하는 날이 밝아왔다. 당초 출항이 늦어진 만큼 배에서 내린 시간은 조금 더 늦어졌지만 2박3일 동안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과 지내며 화물 운송 서비스 품질을 위해 선박과 화물 관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수 있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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