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국내 리츠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속에 정부도 부동산 간접투자(리츠·펀드)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국민들의 자산 증식을 돕는 동시에 늘어난 가계 유동성을 기업의 건설투자 분야로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그간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리츠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일부 대형 투자 기관이나 외국 투자자가 독식하는 사모리츠 대비 부족한 공모리츠 시장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간접 투자 중 3.7%에 불과한 공모리츠 비중을 10%까지 올린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오는 2021년 정도가 되면 공모리츠 시장이 60조원 내외로 커질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8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신한알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사모형 투자상품은 지난 2016년 100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155조8000억원으로 55.2% 성장한 반면, 같은 기간 공모형 시장은 5조원에서 6조원 규모로 약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공모형 시장은 우량자산이 사모 시장에 집중되고, 사모 대비 차별적인 혜택부족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한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사모형 상품 시장은 50인 미만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공모형 역시 투자자의 상품 선택 폭이 좁고 세제 혜택도 매력적이지 않아 더딘 성장세를 보여왔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공모 리츠는 지난 2011년 7월 에이리츠(246억)을 시작으로 케이탑리츠(413억), 모두투어리츠(239억), 이리츠코크렙(4428억), 신한알파리츠(3972억) 등 5개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 역시 전체 리츠 시장의 약 2%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상장 리츠 수는 200여개가 넘고, 해마다 신규 상장 리츠가 나오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이외 일본(63개), 호주(44개), 캐나다(35개) 등 대부분 국가들도 우리 보다 많은 상장 리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우선 공모리츠 시장에 우량 자산들을 공급할 계획이다. 역사복합개발, 역세권, 복합환승센터 등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 사업자 선정 시 공모 리츠·부동산펀드 사업자 또는 공모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공공개발로 조성한 신도시 내 자족용지나 대형 물류시설용지같은 상업용부동산도 리츠·부동산펀드 또는 공모자금을 활용하는 사업자에게 돌아갈 확률이 크다.
신한알파리츠의 주요 자산 중 하나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크래프톤타워. 사진/신한알파리츠
세제혜택도 부여한다. 3년 이상 공모 리츠·부동산펀드 또는 재간접 리츠·부동산펀드의 주식·수익증권에 투자해 발생한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5000만원 한도로 세율 9%로 분리과세를 추진한다.
재산세측면에서도 부담을 덜어준다. 공모 리츠·부동산펀드를 포함해 공모리츠·부동산펀드가 100% 투자하는 사모리츠·부동산펀드의 재산세에 대해 세율 0.2%의 분리과세를 유지하고, 반면 사모형은 기존 분리과세에서 합산과세로 세법이 개정된다.
국토부는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로 인한 효과로 일반과세 대비 약 0.4%포인트, 종합과세 대비 2.2%포인트의 수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 새로운 투자상품 시장을 키우는만큼 그에 맞는 투자자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한 P2P 업계의 먹튀 논란이나 하나·우리은행의 ELS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투자자 보호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3년 간(2016∼2018) 이상징후가 발견된 리츠사는 321개에서 2352개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른 시정명령도 16개에서 128개로 8배 이상 증가했고, 리츠사의 완전자본잠식과 부동산투자회사법 위반 등의 위법행위도 나타나고 있다.
윤 의원은 "반복적으로 시정명령이나 과태료를 받는 리츠사에 대해서는 페널티를 부여하거나 관리대상리츠로 선정해 철저한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기준 운용부동산 유형별 리츠 수 및 자산총계. 사진/한국감정원
정부도 이점을 고려해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상장리츠에 대해서는 전문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를 받고 평가결과를 공시할 계획이다. 나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업용 부동산시장의 객관적인 투자성과 기준을 보여주는 지역·자산 규모별 수익률 지수를 개발해 시장에 공개한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신용평가 대상 리츠는 아직 실무적 검토단계로 가변적이긴 하나 3000억원 이상 리츠로 하려고 한다"며 "수익률 지수 개발은 현재 연구용역 중이고 리츠협회, 금투협,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