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CEO 71명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협회가 주관해 특별히 업계 현안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 CEO워크숍을 마련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모임에서 CEO들은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신약 개발을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가능성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9일 서울 강남구 임패리얼 팰리스호텔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대표들이 참석하는 '2019년 제약바이오 CEO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 분위기 속 과도기를 보내고 있는 국내 산업의 현실을 냉정히 진단하고 미래의 위기 요인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였다.
협회에 따르면 이날 CEO 자유토론은 비공개였던 만큼 '혁신에 대한 보상이 좀 더 주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부터 '과거 일괄 약가 인하와 같은 방식 보다는 업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선결된 정책이 필요하다'는 솔직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약 80분에 걸친 논의 끝에 회사 규모를 떠나 신약 연구개발이 독자적으로 힘든 시대가 됐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각 사 수장들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다양한 성공사례를 위한 해답은 결국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단순히 기업과 정부, 기업과 협회가 아닌 산·학·연·병·정이 복합적으로 연계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원희목 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금까지 서로 다 알면서 얘기하지 못한 부분들을 얘기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머물 것이냐 주저앉을 것이냐 기로에 선 제약 산업을 우리가 좀 더 심도 있게 얘기하고 고민함으로써 생각을 한 데로 모으는 토론"이라며 "오늘 이 자리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시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 차원의 국가 신성장동력산업 지정과 굵직한 기술수출 등의 호재에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하지만 주요 개발 신약 실패 소식과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로 대표되는 의약품 품질 이슈, 분식회계 및 허가관련 부정 의혹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혼란스러운 한해를 보내고 있다. 제네릭 시장 활성화와 해외시장 개척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때문에 업계 수장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진단과 의견을 공유하기로 뜻을 모은 듯 보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허심탄회한 자리 마련을 위해 이날 행사는 각 사 CEO들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특강을 제외한 시간들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협회 관계자는 "이례적이었던 이번 행사에 대한 CEO들의 반응이 좋았던 만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해 나가는 한편, 협회 역시 정책 협회로서 필요 시 연구용역이나 TF팀 구성 등을 통해 업계 실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우연 카이스트 교수, 송시영 바이오헬스산업혁신전략추진위원장도 참석해 각각 '인공지능(AI) 신약개발'과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주제로 특강도 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임패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제약바이오업계 CEO 워크숍에 참석한 CEO들이 이정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을 좌장으로 자유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