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지난 5년간 창신숭인 지역이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도시기반시설의 정비와 마을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커뮤니티 시설을 확충하고, 봉제산업 보존·활성화 등을 통해 역사와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서울시는 30일 뉴타운이 해제된 뒤 창신숭인 현장에서 그간 공공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마을의 변화를 소개했다. 2014년부터 진행된 '창신숭인 도시재생 선도사업'은 종로구 창신 1·2·3동, 숭인1동 약 83㎡ 지역을 대상으로 200억 규모의 공공 마중물 사업과 이를 보완·확장하기 위한 600억 규모의 연계사업으로 추진됐다.
창신숭인 도시재생지역 총괄계획가인 신중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재생은 어떤 이념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뉴타운 해제지역으로, 재생할 때는 회복이란 이념으로 지형을 회복하고, 이 안에 살고 있는 3만명 이상의 분들에게 계속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시는 1100여개 업체가 있는 창신동 봉제 거리에 봉제산업의 재생을 이끌기 위한 마중물 사업의 하나로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세웠다. 전시뿐 아니라 봉제 장인과 함께 하는 한복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또, 봉제 장인과 젊은 봉제인이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과 전국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런웨이도 운영 중이다.
파노라마로 촬영한 채석장 전망대에서 바라본 창신숭인 지역. 사진/홍연 기자
일제강점기 채석장,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생가 등 풍부한 역사·문화자산과 이야기를 지역 자원화하는 '문화재생'도 추진됐다. 11월 개관 예정인 채석장 전망대는 서울 시내를 두루 조망할 수 있다. 백남준 기념관은 백남준 옛 집터에 위치한 한옥 건축물을 시가 매입 후 리모델링해 기념관과 주민들을 위한 공동이용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념관 안에 카페를 지역주민이 직접 운영할 뿐 아니라, 직접 도슨트로 활동하며 '이웃' 백남준에 대해 관람객들에게 소개한다.
오래된 동네 창신숭인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안전안심 골목길, 놀이터, 주민공동이용시설 등을 조성해 기반시설을 정비·확충했다. 불량도로 포장, 계단난간과 조경 시설 설치, 벽면 도색, 14곳에 CCTV와 비상벨, 150곳에 안심이 장치, 200곳에 태양광 조명등, 20곳에 고보라이트, 6곳에 여성안심귀갓길 등이 추진됐다.
지난 5월 개장한 '산마루놀이터'는 아이들을 위한 창의적인 놀이공간으로 2m 정글짐, 공연장, 도서관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4곳의 주민공동이용시설은 지역주민을 위한 공동체 공간으로, 다양한 주민 활동과 문화프로그램이 열린다. 1인 가구와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높은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특화 프로그램도 동별로 조성된 4개 공동이용시설에서 기획·운영 중이다.
창신숭인은 전국 1호 지역재생기업(CRC)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을 통해 행정이 주도하는 도시재생에서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자생'의 단계로 변모 중이다. CRC는 일종의 도시재생 마을기업으로, 도시재생사업 이후에도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같은 자립 형태로 지역사회의 공유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것을 지역사회에 재투자해 도시재생을 진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국내 1호 창신숭인 지역의 도시재생 사례가 서울을 넘어 국내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남준 옛 집터에 위치한 백남준 기념관.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