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아까 대기실에서 만난 소카베씨는 50년대 깁슨 J-50 기타를 쓰시더군요. 저는 60년대 깁슨 J-50인데 '기타마저 졌다' 싶었습니다."
19일 저녁 8시경 서울 마포구 홍대 벨로주. 싱어송라이터 에몬이 무대 뒤 정경을 털어놓자 수십명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일본 도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소카베 케이이치에 관한 얘기. 4년 전 내한 당시 무대 스텝으로 소카베와 인연을 맺은 그는 이날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 나란히 무대에 섰다. "제가 좋아하는 소카베씨와 한 무대에 서다니 정말 꿈 같군요…."
에몬과 독립음반레이블 필로스플래닛 신재민 대표가 기획한 이 공연 제목은 'Love City, Seoul & Tokyo'. 서울과 도쿄 뮤지션 간 음악 교류, 각 동네의 작고 소소한 정서 공유를 위해 마련됐다. 시모키타자와, 키치죠지, 시부야, 홍대, 합정 등지에 사는 출연 뮤지션들을 통한 서울과 도쿄의 연결. 에몬과 소카베에 앞서 전날은 술탄오브더디스코 지윤해와 일본 뮤지션 카네코 아야노가 합동 무대를 가졌다.
싱어송라이터 에몬. 사진/ⓒChihiro Kudo
이날 북유럽풍 스웨터를 입고 무대에 오른 에몬은 따스한 노란 조명을 배경으로 기타를 들었다.
나무 악기에 고정된 쇠줄 진동이 '사라진 너'를 수없이 그렸다 지웠다. 80~90년대 정서가 묻은 목소리는, 그 자신을 두른 세계의 고민을 낭랑하게 뱉어낸다. 클라리넷, 시타르, 팅샤, 퍼커션 등을 동원하던 앨범의 넓은 사운드는 기타와 목소리로 축약됐지만, 그 내면의 자기 반응이 빨려갈 듯한 흡입력을 느끼게 했다. 이날 객석에 앉아 있던 아마도이자람밴드, 황푸하 등의 뮤지션들도 그의 무대에 힘껏 박수를 보냈다.
에몬에 이어 소카베 역시 기타만 들고 무대에 섰다. 소카베는 90년대 일본에서 비틀즈풍 음악을 추구하던 밴드 서니데이서비스의 프론트맨. 록 사운드를 지향하지만 힙합, 일렉트로니카, 시티팝 등의 다면적 시도들도 해오고 있다. 최근 랩핑이나 디제잉까지 시도하는 그이지만 이날 만큼은 기타 하나만 메고 에몬을 이었다.
일본 밴드 써니데이서비스의 프론트맨 소카베 케이이치. 사진/ⓒChihiro Kudo
시모키타자와에서 생활하는 일상과 끝없이 이어지는 계절감각, 발랄하게 부서지는 8월 여름. 기타와 목소리로 생성하는 따스한 사운드가 가사 속 이미지를 굴비 엮듯 엮어냈다. 곡에 따라 휘파람을 곁들이기도 했는데, 에몬 역시 그랬기에 공연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도 들었다.
마지막 순간, 서울과 도쿄는 이어졌다. 다시 기타를 메고 무대에 오른 에몬과 소카베의 합동 무대. 서로 다른 코드 진행으로 기타 반주를 섞고 한 소절씩 노래를 주고 받았다. 인간적 교감, 국가 간 교류가 시들해지는 세상이지만 이처럼 어딘가엔 따스한 사람 냄새의 음악이 존재한다.
이날 공연 후 일본에서 품절됐다는 소카베의 레코드를 사고 나오던 찰나. 에몬은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인사를 따스하게 받아 주었다. "뒷풀이도 있는데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같이 가시죠."
‘서울, 도쿄, 소소한 교류, 좋다.’
에몬과 소카베가 19일 홍대 벨로주에서 합동 공연을 열고 있다. 사진/ⓒChihiro Kudo
※이 기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2019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사업: 서울라이브' 공연 평가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