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정부가 5일 발표한 주요 대학 학종 실태조사로 고교서열화가 일부 드러나면서 정시 확대 정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학종 자체의 불공정은 규명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학종 자체를 폐지하기보다는 고교 서열화 해소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학종 제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의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고교 서열화 현상이 입학 전형 단계별로 나타나있고, 4년 동안 거의 불변으로 고착화돼있는 상황"이라며 "학종 개선보다는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어떻게 고교 체제를 개편할 건가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달 25일 교육부는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조사는 학종 운영상의 문제는 확인했지만, '학종 불공정'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를 확인했다는 설명은 여러차례 했지만, 고교 등급제의 경우 정황상 의심은 가지만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고 앞으로 추가 조사 내지 감사에서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이번달 발표될 대입 제도 개편안과 연동되지만, 추가 조사와 감사는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종이 폐지까지 가거나 대대적인 변화를 겪을 가능성은 더 적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태조사는 정시 확대에 활용되는 경향도 있다. 박 차관은 이날 정시 확대가 저소득층과 읍면 지역에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한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박 차관은 "읍면 지역이 더 수능이 불리하고, 학종이 유리하다는 것은 다 나왔던 이야기인데, 13개 대학으로 한정하면 꼭 그렇게 볼 수만도 없다"면서 "수능, 학종 유불리를 말하기 조금 곤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수능 전형 내 일반고 합격자 비중은 69.0%로, 학종의 일반고 합격자 비중 63.8%보다 높았다. 또 지역균형전형 영향을 제외하면, 일부 대학에서는 저소득층인 소득 0~3구간에서 수능이 더 유리한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같은 인식은 학원가에도 퍼져있다. 입시학원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오종운 평가이사는 "비평준화 선발지역도 있기 때문에 중소도시 중 수능 강점있는 곳이 있다"며 "일반고라는 유형으로 보면, 13개 대학이 아니라 주요 20여개로 늘려도 수능 늘리든 학종 늘리든 간에 실제 합격자 비율은 비슷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수능과 학종에 따라, 지역과 특정 고교의 유불리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각 전형 내 고교유형별 합격자 비중. 자료/교육부
학종 제도 자체보다는 학종 운영을 개선할 것으로 보이는 교육부 분위기는 반발을 불러올 공산도 있다. 시민단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실태조사 발표 이후 낸 입장문에서 "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의 비율을 80~90%까지 확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라며 "자사고를 폐지하면 과고나 영재학교, 강남8학군 등으로 고교서열화가 재편돼 더욱 혼란스러워 질 것이므로 교육당국은 일괄폐지를 유예하고 교육주체와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