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가치 소비 시대…패션도 스토리 담고 공감 얻어야"

얼리 매스 공략 신발 편집숍 '폴더 하이라이트'…폴더 크루·음악 등 결합한 문화 공간
이수지 폴더 하이라이트 마케팅 디렉터 팀장

입력 : 2019-11-06 오후 2:20:39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최근 패션업계에서 주목받는 아이템은 단연 '신발'이다. 2~3년 사이 '어글리슈즈'부터 '뮬 스니커즈' 등의 신발이 조명을 받았다. 사람들이 신발에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고객들은 단순히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가치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 각자 지지하는 가치와 스토리가 드러나는 아이템으로 신발을 찾기 시작했다." 이랜드의 신발 편집숍 '폴더 하이라이트'의 이수지 마케팅 디렉터 팀장은 신발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같이 분석하며 ‘공감’을 강조했다. 그의 업무가 곧 고객과 소통을 통해 신발의 숨은 가치를 찾고 공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폴더 매장은 단순한 매장이 아닌, 신발과 결합한 문화 공간이자 놀이터이다." 신발 편집숍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그를 만나 각오와 계획을 들어봤다.
 
이수지 이랜드 '폴더' 마케팅 디렉터 팀장. 사진/이랜드
 
얼리 매스 겨냥한 '폴더 하이라이트'…트렌디함으로 중무장
 
'폴더 하이라이트'는 지난 2012년 론칭한 이랜드 신발 편집숍 '폴더'의 상위 매장이다. 오픈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지만, 최근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만큼 '폴더 하이라이트'는 유행에 민감한 1020세대 얼리 매스(Early Mass)에 최적화됐다. 일반 '폴더' 매장이 가족 고객을 아우르는 상품을 보여준다면, 폴더 하이브리드는 트렌디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폴더 하이라이트가 기존 폴더 매장과 가장 큰 차이는 상품 구성이다. 1020세대가 선호하는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를 포함해 '호카오네오네', '살로몬' 등과 같은 프리미엄 글로벌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입점시켰다. 또 의류 잡화 브랜드의 입점 비중을 30% 이상 늘려 스트리트 콘셉트를 폭넓게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고객들이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에서 신발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장관이 연출된 이유다.
 
다만 젊은 세대가 짧은 시간에 폴더 하이라이트에 깊이 매료된 이유는 '공감'과 '소통'이라는 가치 때문이다. 폴더 하이라이트는 단순히 신발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다. 신발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고객과 제작자, 폴더 크루(직원)가 함께 소통하고, 그 안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터이다.
 
모델로 활동하는 폴더 크루. 사진/이랜드
 
"폴더의 직원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무기다." 이 팀장은 폴더 하이라이트에서 소통의 가치를 드러내는 중요한 주체로 '폴더 크루'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폴더 크루는 신발의 가치를 가장 먼저 고객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팀장의 표현을 빌리면 폴더 크루가 곧 '인플루언서'라고 강조했다. 폴더 크루들은 매장에 입점한 신발을 자신만의 느낌 대로 스타일링하고, 오프라인 매장과 SNS 공간에서 고객에게 신발의 매력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신발과 훌륭한 스타일링을 기획한 최고의 크루를 선발해, 광고 모델로 활약한다. 이 팀장은 "앞으로는 인스타그램이 아닌 자체 웹페이지에서 직원들의 착장 사진을 올리고, 고객이 호응할 수 있는 직원 리뷰 페이지를 기획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폴더 크루는 입점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옛 모델을 복각하거나, 폴더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기획하는 데도 참여한다. 이 팀장은 영업 현장에 있는 폴더 크루와 매주 고객들의 피드백을 공유하고, 이를 단독 상품 기획과 제작에 반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기 모델로 부상한 신발이 스포츠 브랜드 휠라의 ‘레이’, 스트리트 브랜드 반스의 ‘블랙볼’ 등이다. 휠라 레이는 폴더와 휠라가 협업을 통해 론칭한 신발로, 누적 판매량이 180만족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단독 컬러의 모델을 출시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반스의 블랙볼 또한 13만5000족이 판매돼 누적 판매금액 90억원을 넘어섰다.
 
이랜드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에서 진행된 공연 현장. 사진/이랜드
 
아울러 폴더 하이브리드 매장에서 신발을 바탕으로 한 소통은 음악 등의 문화로까지 결합한다. 음악 아티스트와 협업을 중심으로 문화 콘텐츠를 쇼핑에 접목하면서다. 현재 하이라이트 매장에선 '덜스데이 베이커리(Thursday Bakery)'라는 신규 레이블 사와 음악 큐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 음악 프로듀서가 직접 큐레이션 한 음악을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에서 선보이고, 다양한 아티스트의 라이브 공연을 전개한다. 이외에도 스니커즈 혹은 조형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작품(Artwork)을 매장에 전시해 고객이 단순히 신발만 사는 게 아닌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편한다. 신발이 가진 이야기를 여러 문화와 결합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셈이다. 이 팀장은 "하이라이트 매장에서는 체험을 중심으로 오프라인만의 특화된 공간과 콘텐츠를 기획한다. 고객이 패션과 예술이 접목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고객 및 폴더 크루와 음악, 패션을 공유하며 매장에서 신발의 가치와 의미를 재생산한다. 폴더 내외에 존재하는 각 개체와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 팀장은 "차별화된 브랜드 상품 아이템, 폴더 크루 등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만들고 고객과 소통하며 판매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폴더 크루의 개성을 더욱 부각할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외부 아티스트 외에 내부 직원인 크루들이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고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사내문화를 장려하는 데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지 이랜드 '폴더' 마케팅 디렉터 팀장. 사진/이랜드
 
기존 신발 편집숍 시장 균열…글로벌 신발 플랫폼 도약 목표
 
이 팀장이 창출하는 새로운 신발 편집숍 문화는 소비자의 호응을 얻으며 기존 편집숍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 지난 2012년 매장 수 5개, 연매출 70억이었던 폴더는 지난해 41개 매장, 연매출 1200억원을 기록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폴더 하이라이트 매장 오픈 등으로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2억3000만원에 달하는 점포당 매출액은 업계 1위 신발 편집숍 ABC마트보다 높은 것도 성과다. 특히 폴더 하이라이트 첫 매장인 신촌점은 오픈 3일간 2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가능성도 보였다.
 
폴더 하이라이트를 꾸려가는 이 팀장은 오는 2020년까지 70여개 매장 운영, 2000억원의 매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장기적으로는 폴더 하이브리드 매장을 문화가 융합된 온·오프라인 글로벌 패션플랫폼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목표다. 이 팀장은 "국내의 다양하고 가치 있는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문화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 고객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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