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파격적인 디자인 경영으로 업계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 선보인 신차들의 경우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달라진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혁신적인 시도라는 호평도 있지만 고유 이미지를 지워 디자인 연속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1월 중순 출시 예정인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의 디자인을 최근 공개했다.
신형 그랜저 디자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이전 세대와 크게 달라졌다. 외관의 가장 큰 변화는 그릴이다. 크기도 커졌지만 마름모꼴 문양을 새겨 화려함도 강화했다. 특히 주간주행등을 켜면 마름모 모양에 불이 들어오는데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크게 바꿨다. 일단 변속기어봉을 버튼식으로 바꾼 점이 눈길을 끈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조절하는 공조 버튼도 터치식으로 바꿨다. 이 공조 컨트롤러는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으며 전 트림 기본 사양이다.
과거 그랜저가 성공한 중년 남성의 자동차였다면 앞으로는 젊은 사업가, 여성 리더 등 보다 다양한 계층을 타깃 삼겠다는 계획을 디자인에 반영했다.
오는 11월 중순 출시 예정인 신형 그랜저(오른쪽)와 이전 세대(왼쪽). 사진/현대차
'쏘나타·K5' 기본 모델부터 '모하비'까지 과감
그랜저보다 앞서 지난 9월 출시한 기아차 모하비 부분변경 모델도 디자인이 대폭 수정된 바 있다. 전 세대는 그릴과 램프가 분리된 형태였는데 신형에서는 이들을 합쳐 웅장함을 강조했다. 리어램프도 양쪽에 분리돼 있었는데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도록 바꿨다.
외관보다 큰 변화를 겪은 것은 실내다. 고급차에 주로 사용하는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을 넣어 가로로 넓어 보이게 했고 K7이나 K9에서 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소재를 사용했다.
지난 3월 출시한 쏘나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도 '패밀리 세단'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적용했다. 덕분에 한층 날렵해졌다는 평가다.
12월 출시가 예상되는 기아차 중형 세단 K5 완전변경 모델도 날렵해진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K5 또한 그릴과 헤드램프를 연결했는데 기아차 디자인 상징인 '호랑이 코'를 '호랑이 얼굴'로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실물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렌더링 이미지에 따르면 내부는 계기판과 디스플레이가 이어지는 형태로 디자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기어봉도 버튼식으로 바꿨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반적으로 모하비나 K7 프리미어와 비슷한 내부 인테리어를 적용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출시한 신형 모하비. 사진/기아차
'정의선표' 디자인 경영 일단 호평
이처럼 현대차그룹이 최근 출시한 신차의 디자인을 과감하게 바꾸는 이유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뜻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시절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며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해외 유명 자동차 기업에서 활동했던 디자이너들도 활발하게 영입 중이다.
지난 9월 제네시스는 람보르기니에서 디자인 개발을 주도한 필리포 페리니를 유럽 디자인 스튜디오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같은 달 기아디자인센터장에는 닛산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 수석디자이너 카림 하비브를 영입했다.
지난 7월에는 제너럴모터스(GM), BMW 등에서 일했던 서주호 디자이너를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상무로 앉혔다.
이처럼 정 수석부회장이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만큼 당분간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형 그랜저(오른쪽)와 이전 세대(왼쪽) 내부 인테리어 비교. 사진/현대차
계속되는 디자인 변신에 시장에서는 일단 호평을 보내고 있다. 실제 신형 그랜저는 사전계약 첫날 1만7294대를 계약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는 국내 자동차 시장 역대 최고 사전계약 성적이다.
존재감이 없었던 모하비도 신형 출시 후 두 달간 2283대 팔렸다. 대형 SUV 인기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덕도 있지만 큰 변화를 꾀한 실내 디자인도 구매 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파격적인 시도는 좋지만 현대·기아차 디자인의 기본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같은 오랜 기간 사랑받는 브랜드는 고유의 디자인이 있고 이를 계승하는 식으로 신차를 개발한다"며 "반면 현대·기아차가 최근 출시한 모델들을 보면 여러 수입차들을 섞어놓은 것 같아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