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제약업계 원조 기술수출 명가로 꼽히는 한미약품이 올해 두건의 대규모 권리반환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기반으로 한 파이프라인이 든든한 버팀목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아 3조원대 당뇨병 치료제 기술을 비롯해 일라이릴리, 얀센 등과 잇따라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며 당시 업계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제약업계 대규모 기술수출이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한 시초 격이다.
해외 무대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제약사가 세계에서 손 꼽히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계약을 맺을 수 있던 데는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힘이 됐다. 한미약품의 최근 10년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용은 평균 15% 이상이다. 누적 금액만 1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역시 매출의 18.7%를 R&D에 쏟아부으며 업계 최고 투자비중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1월과 7월 각각 일라이릴리에 기술 수출했던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HM71224)와 얀센에 넘긴 비만·당뇨치료제 후보물질 'HM12525A'의 권리가 반환됐기 때문이다. 두 계약이 8000억원대와 1조원 대 대형 계약인 점과 기술수출 황금기를 열었던 지난 2015년 맺어진 계약이라는 점 역시 뼈아프게 작용했다.
지난 2016년 8500억원 규모의 폐암치료제 올리타 기술수출 계약이 무산된 이후 세 번째 권리반환 중 두건이 모두 올해 일어났지만 여전히 탄탄한 실적을 유지 중이다. 한미약품은 3분기까지 매출액 8107억원, 영업이익 740억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실적을 거둬들였다. 전년 동기 대비 12.3%, 9.3%씩 증가한 수치다.
한미약품이 악재 속 준수한 실적을 이뤄낸 배경에도 R&D 투자가 존재한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매출 가운데 90% 가량이 자체 개발 의약품으로 구성됐다. 상품 매출 비중이 절반이 넘는 국내 제약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두 건의 기술반환이 있었지만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후속 파이프라인들의 행보도 기업 잠재가치 유지 요소로 꼽힌다. 최근 급부상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랩스 트리플어고니스트 기술이 차세대 기술수출 기대주로 꼽히고 있고, 지난해 한 차례 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했던 호중구감소증치료 바이오신약 '롤론티스' 역시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허가 절차에 재돌입한 상태다.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