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정기종 기자] 불법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따른 약가 인하 처분에 반발해 행정처분 최소소송을 제기했던 한미약품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회사 측이 상고를 검토 중인 만큼 지난해 4월 시작된 한미약품과 보건복지부의 소송전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짙어졌다.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는 지난 24일 한미약품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복지부의 약가인하 행정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을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다수의 조사대상 요양기관의 처방총액을 상한금액 인하율 산정에서 제외시켜 필요 최소한의 표본성 내지 대표성, 균형성을 모두 결여했다'는 한미약품 측 주장을 조사대상 요양기관이 다수일 경우 부당금액이 적발되지 않은 요양기관의 관련 의약품 처방총액도 결정금액에 포함하지만 조사대상이 된 요양기관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조사대상 요양기관의 수, 처방총액, 부당금액이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면 인하율 산정에 있어 대표성, 표본성 내지 균형성을 상실했다는 원고의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 하의 구 약제조정기준에서는 저가의약품을 약가인하 처분 제외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처분 대상이 된 6개 제품은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위반행위 당시 저가의약품에 해당했다고 하더라도 복지부가 처분 당시 해당 의약품을 조정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봤다. 애초에 저가의약품으로 해당되지 않아야 함에도 약제급여목록표의 표기방법이 통일되지 않아 저가의약품을 취급되던 법령상 미비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3월 불법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적발된 11개 제약사 340개 약제에 대한 가격을 평균 8.33% 인하하는 안건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서 의결했다. 2009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적발 및 기소 이후 법원 판결 확정 및 검찰 수사 세부 자료 등을 추가로 확보한 데 따른 조치였다.
복지부 결정 이후 제약사들 사이에선 반발 움직임이 일었다.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요양기관에 납품했던 의약품 전체 품목에 약가인하 처분이 내려진 것은 부당하며, 리베이트 자체도 영업사원 등의 개인 일탈에 불과하다는 논리였다. 복지부 역시 이 같은 제약사들의 약가인하 불복에 대해 '법대로 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소송전이 예고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1일부터 예정됐던 약가인하 조치 적용을 앞두고 3월말 한올바이오파마와 CJ헬스케어, 일양약품 등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고, 한미약품 역시 4월 들어 소송전에 합류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복지부가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한미약품이 항소를 결정하면서 소송전 호흡이 길어졌다. 한미약품이 내부적으로 상고를 검토 중인 만큼 이번 소송 결과와 3심 기간을 감안하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인 제약사 입장에서 정부 부처와의 소송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소송기간 동안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통해 매출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만큼 각 사별로 진행되고 있는 같은 건에 대한 소송들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복지부가 약가인하 처분을 내린 한미약품의 품목은 총 9개 품목이며, 평균인하율은 17.28%다. 이는 전체 적발 품목 평균인하율(8.38%)의 두배를 넘는 인하율이다. 복지부는 한미약품 품목의 약가인하로만 약 13억3000만원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