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재벌 흉내내는 사립대학

입력 : 2019-11-20 오전 6:00:00
최근 끝난 국정감사에서 대학들의 적립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해마다 제기된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거의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4년제 사립대학이 쌓아둔 적립금은 7조8260억원을 헤아린다. 전년 대비 1788억원(2.2%) 감소했다. 
 
사립대학의 과도한 적립금에 대한 비판이 거듭되자 대학들이 최근 조금씩 반응해온 것은 사실이다. 대학의 적립금 규모는 2015년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이 왜 그렇게 많은 적립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원래 등록금을 받으면 모두 학생교육을 위해 써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나 기업, 그리고 동문 등 외부의 지원까지 더해 받은 등록금 이상을 교육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원리적으로는 대학에 적립금은 한 푼도 없어야 한다. 
 
물론 현실사회가 그런 원리대로 진행될 수는 없다. 학교 건물신축이나 연구지원, 장학금, 교직원 퇴직금 등 여러 가지 용도를 위해 일정한 규모의 자금을 비축해 둬야 한다. 간혹 돌발사태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여유자금을 얼마간 모아 둘 필요는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결코 지나쳐서는 안된다. 한계를 일률적으로 설정하기는 물론 어렵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적립금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여유자금은 학생 교육과 연구를 위해 사용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많은 대학들이 적립금을 보유하고 모아두기만 하고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듯하다. 일부 대학들은 사용한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적립했다. 김현아 의원 자료에 따르면 홍익대는 지난 5년 동안 1314억을 적립한 반면 159억만을 인출했다.
 
홍익대뿐만 아니다. 학교시설 건립이나 개선을 위해 모아둔 건축적립금을 5년 동안 적립만 할 뿐 한 푼도 사용하지 않은 학교도 17곳에 이른다. 2018년 현재 수원대가 189억원의 건축적립금을 갖고 있고, 광주여자대학교(84억원), 수원가톨릭대학교(70억원), 남부대학교(59억원) 등도 적지 않은 기금을 쌓아뒀다. 
 
심지어 학생의 학업과 교수연구를 돕기 위해 활용돼야 하는 연구기금을 5년동안 전혀 사용하지 않은 대학도 31곳에 달했다. 그 결과 수원대학교는 100억원이나 되는 연구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홍익대, 백석대, 호서대, 우송대도 적지 않게 쌓아둔 상태이다. 
 
반면 사립대학들은 강사 고용 등에는 소극적이다. 교육부 조사결과 올해 지난 1학기중 대학에서 전업 시간강사 4700여명이 강의 기회를 잃었다. 2학기 이른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의 시행을 앞두고 미리 줄인 것이라는 풀이가 유력해 보인다.
 
한마디로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금고에서 낮잠만 자고 있는 셈이다. 대학의 과도한 적립금 축적에 대해 교육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대학이 과도한 적립금을 쌓아두고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대학이 적립금 줄이기가 싫다면 학생 등록금이라도 인하해야 한다. 그러나 등록금은 한사코 내리지 않는다. 그렇게 움켜쥐기만 하는 모습이 어찌 그렇게 재벌들과 닮았을까? 
 
그런데 사립대 총장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사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내년부터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법정상한선 범위’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이 너무 높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경제가 어려워 학부모들의 경제적 어려움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등록금을 법정상한선 범위 안에서 올린다면 고작 1~2% 선이다. 그렇게 조금 올린다고 재정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도 어렵다. 오히려 교육당국이나 학생과 학부모의 심기만 불편하게 할 따름이다. 그런데도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하니, 아무래도 총장들의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
 
대학은 고급인재를 양성하고 학문연구를 이끌어가는 지식교육의 전당이다. 그 소임을 다하려면 대학이 대학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립금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기에 필요한 한도를 넘어서는 안된다. 한도를 넘으면 ‘영리기관’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런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대학총장들이 공감능력부터 회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우선 과도한 적립금을 줄이자는 결의부터 하고 실행해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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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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