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최근 문래동에서 일어난 변화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공방이나 카페, 펍들이 들어오면 외적으론 문래동의 이미지가 젊어질테고 내적으론 든든한 뿌리산업이 있으니 좋죠.”(문래동 소공인 1세대 산호정밀 이정호 씨)
“이 동네에서 35년을 하는 동안 시대는 바뀌었는데 소공인들은 빠르게 바뀌지 못한 부분도 있죠. 그렇지만 문래동은 1500개 업체가 끈끈하게 엮여 300m 안에서 모든 작업이 다 해결되는데 떠날 수 없어요.”(소공인 1세대 제일ENG 박양동 씨)
“벌써 문래동 3년차입니다. 소공인에 대한 첫인상은 조금 무서웠죠. 하지만 모임을 가지며 친해져보니 정말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분들이더라고요.”(청년 소공인 다도기계 박병준 씨)
“서울 한복판에 문래동 같은 곳은 오직 문래동 뿐입니다. 오래 유지되기 위해선 철강업계에 대한 거칠고 험악한 이미지가 변했으면 해요.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니까요.”(청년 소공인 문화정공사 박혜준 씨)
지난 22~23일 서울 영등포 문래근린공원에서 열린 ‘다시 쓰는 영등포’에선 한때의 영광과 쇠퇴를 뒤로 하고, 청년들과의 공생을 꾀하는 문래동의 도시재생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문래동 일대는 인천에서 서울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 제조업, 그중에서도 철강산업이 발전했다. 1970년대 이후 자연스럽게 수많은 공장이 밀집했다.
하지만, 도시의 발전과 함께 지가 급등, 환경규제 등으로 공장들이 도시 외곽으로 이동하면서 현재 문래동에는 일부 소공인들이 그 자리를 지키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 머물 곳을 찾던 청년들이었다.
공장이 떠난 공간에 저렴한 공간을 찾던 청년 예술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소규모 공장들만 남은 이곳에 비교적 저렴한 작업 공간을 찾아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문래창작촌’에는 미사일도 직접 만들었다는 장인 수준의 소공인들과 열정과 패기로는 뒤질 게 없는 젊은 예술가들이 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
처음엔 서로 전문 분야도 다르고 세대도, 관심사도 다른 만큼 공동점보단 다른 점이 많았다. 갑적스런 외부인의 유입에 낯설어하는 소공인도 많았고, 청년 예술가 입장에선 요즘 정서와 맞지 않는 듯한 소공인들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문래창작촌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상업시설도 많았고, 남의 영업시설에 카메라부터 들이대며 눈살찌푸리게 하는 방문객도 있었다. 그러나 소공인도 청년예술가도 창작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처음의 낯가림을 벗고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각자의 기술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행히 경인로 주변 문래동 골목길에는 단풍이 특히 예쁜 문래근린공원도,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기대 이상의 풍광을 선사하는 도림천도, 그리고 허기질 때마다 청국장, 칼비빔, 왕만두, 능이버섯백숙, 해장국, 동태탕 등으로 맛과 인심을 주는 정든 골목식당들이 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문래창작촌 충남상회에 청년예술가들이 그린 벽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다시 쓰는 영등포는 서울 서남권에서 처음 열린 도시재생축제로 지우고 새로 쓰는 도시가 아닌 고쳐서 다시 쓰는 도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개 반상회를 주제로 영등포·경인로 일대 도시재생 주체인 소공인, 예술가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주체적인 역할로 참여했다.
도시재생에 대한 생각과 제안을 듣는 ‘공개 반상회’, 정성 교수와 조승연 작가의 공개 강연, 문래동 소공인들의 ‘문래동 퀴즈’, 기계금속 소공인과 함께 하는 체험전시 '문래동 장인을 찾아서', 영등포 일대 예술가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 거리예술 퍼포먼스·공연 등이 진행됐다.
채현일 구청장은 “소공인, 문화예술인, 주민 등 도시재생 주체가 직접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며 “앞으로 영등포는 문화예술종합지원센터 건립, 제조업 혁신 통한 4차산업 전진기지 육성 등 다양한 도시재생 산업을 원동력 삼아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2~23일 문래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 서남권 첫 도시재생축제인 '다시 쓰는 영등포'. 사진/박용준기자
지난 22~23일 문래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 서남권 첫 도시재생축제인 '다시 쓰는 영등포'. 사진/박용준기자
지난 22~23일 문래근린공원에서 열린 서울 서남권 첫 도시재생축제인 '다시 쓰는 영등포'.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