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로부터 공장 10년 유지 조건으로 8100억원을 받은 한국지엠의 창원공장이 비정규직 560여명에게 '무더기' 해고 통보를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결국 문을 닫았던 군산공장 사례를 볼 때 창원공장도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27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이들은 해고를 막기 위해 28일 창원공장 정문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내달 3일에는 궐기대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25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보냈다. 이 통지서에 따르면 근로 계약 종료일은 내달 31일이다.
진환 한국지엠 창원 비정규직지회 대의원은 "매년 흑자를 내던 유럽법인을 없애면서 한국 공장들의 생산물량이 줄어들게 된 것"이라며 "이렇듯 생산 물량 감소는 회사에 귀책 사유가 있는데 책임은 비정규직이 지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해고는 시작일 뿐 창원공장이 군산공장에 이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국지엠 본사 격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해 말 북미 5곳과 해외 2곳까지 모두 7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창원공장의 경우 비정규직 해고로 인력이 줄면 공장 문을 닫기가 더욱 수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군산공장도 폐쇄 3개월 전 비정규직 200명에 문자로 해고를 통보한 바 있다. 진 대의원은 "군산공장 또한 비정규직 해고 후 결국 폐쇄 절차를 밟았다"며 "당시 군산공장을 지휘했던 김 모 본부장이 창원으로 오면서 내부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직원들이 받은 해고 예고 통지서. 사진/한국지엠 비정규직지회
반면 한국지엠은 창원공장 폐쇄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인 산업은행과 정부로부터 받은 8100억원은 신형 CUV(크로스오버 유틸리티차량) 물량을 창원공장에 배정하는데 쓰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부터 창원공장에 6만7000㎡ 면적 규모 도장공장도 신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 공정이 자동화된 이 시설에서는 시간당 60대를 도장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8100억원은 부평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와 각종 설비 투자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창원공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지는 강하게 내비치고 있지만 내년 생산 물량은 올해보다 60% 감소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신차가 배정될 때까지 약 3년간 기존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해야 해 비정규직 해고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실제 창원공장에서는 현재 상용차 '다마스', '라보'와 경차 '스파크'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판매량이 감소세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스파크 최종 생산라인. 사진/뉴시스
다마스는 올해 1~10월 누적 기준 내수시장에서 2859대 팔렸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9.2% 줄어든 수준이다. 라보 또한 11.5% 판매량이 하락했다. 다마스와 라보는 안전 문제로 2년 뒤 단종 예정이다.
스파크도 이 기간 2만8420대 팔리며 전년 대비 판매량이 7.3% 줄었는데 소비 패턴 변화로 경차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며 내년에는 판매량이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측은 또한 직접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도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주장과 달리 지난해 대법원은 비정규직 774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들의 고용을 불법파견으로 보고 사실상 정규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는 회사에 1인당 과태로 1000만원을 부과했으나 이 또한 거부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판매 부진으로 직접고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이 때문에 하도급 계약을 종료했을 뿐"이라며 "다만 앞으로 희망퇴직 같은 자발적인 방법 외 인위적인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