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경기부진이 계속 이어지자 자영업자의 빚 증가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자영업이 많은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대출 증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 업종의 대출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나 빚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부진이 계속 이어지자 자영업자의 빚 증가율이 가파르게 늘고있다. 사진/뉴시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올 3분기 서비스업 대출은 719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6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전분기보다 6조4000억원 늘어 220조원을 돌파했다.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은 업종 내 신설법인 수가 줄어들면서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1년 전보다는 12.1%를 기록해 2008년 1분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신설법인수는 2분기 6342개에서 3분기 6142개로 줄어들었다.
도소매업으로 좁히면 대출잔액은 160조원으로 1년 전보다 12.9%(18조2000억원) 늘어났으며 3분기에만 4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전년대비 도소매업 대출 잔액 증가율은 2017년 2분기(5.0%) 이후 증가 속도가 확대되면서 매분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의 대출이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비은행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대출액 220조원중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대출 잔액만 59조3000억원이다. 1년 전보다 31.7%(14조3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서비스업 대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부동산업 대출은 6조8000억원 늘어난 24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증가액(6조9000억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전년동기대비로는 10.8% 증가해 지난 2014년 1분기(11.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반면 제조업 대출은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1차금속과 전자부품·컴퓨터·영상·통신장비 등 일부 산업의 대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증가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이에 제조업 대출 잔액은 357조1000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전분기 증가액 4조원보다는 큰 폭 줄어든 1조9000억 증가에 그쳤다.
기관별로는 수출입은행, 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12조5000억원 늘어 역대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17.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비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인 대신 기업대출을 늘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