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청와대는 27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아달라는 의견을 미국 측에 전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나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도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또한 자신의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자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당당해 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의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고민정 대변인이 지난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 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자신의 말을 거둬들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미국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논란이 되자 입장문을 통해 북미 대화 중단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올해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지난 지방선거 전일 개최된 제1차 북미 정상회담과 같이 또다시 총선 직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한반도 안보에도 도움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후 입장문을 다시 내고 "미국 당국자에게 미북정상회담을 총선 전에 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이번 3당 원내대표 방미 과정에서 미 당국자에게 미북회담 시기와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주한미국대사관에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이같은 우려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