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범여권의 '4+1 협의체'가 예산안·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민생법안의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철회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물밑에서 진행 중이던 '4+1 공조'를 수면 위로 올리고 '표결 강행' 전략을 택한 것이다. 다만 구체적 방법론에 있어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오늘 부터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공식적으로 예산안·검찰개혁법안·선거법 개정안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에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보냈지만 한국당이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으면서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칭)과 함께하는 '4+1 협의체' 공조로 현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관련해선 바른미래당 김관영 전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겠다. 한국당의 전향적 태도가 없다면 조만간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화답했다.
'4+1 협의체'는 그간의 비공개 회동을 공개 회동으로 전환하고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밥안의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다. 선거법의 경우 지역구 의석 규모와 연동률 문제가 쟁점이며 공수처법은 기소심의위원회 구성 여부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4+1 공조'로 돌파하기로 한 만큼 남은 것은 구체적 '방법론'이다. 한국당이 극적인 협상안을 들고오지 않는다면 오는 9일 본회의에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민생법안 등이 일괄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무력화를 위해 선거법 개정안을 먼저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필리버스터가 해당하지 않는 예산안을 4+1 협의를 통해 처리한 이후 절차다. 한국당이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 동력이 상실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후 법안 상정 순서에는 이견이 갈린다. 검찰개혁 법안 상정 후 산적한 민생법안을 상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긴 했지만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법이 민생법안보다 먼저 처리 될 경우 한국당의 반발이 거세져 민생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민주당 역시 비판 여론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그 순서나 과정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까지 유동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도 변수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10일로 정기국회 종료일과 겹치는 만큼 한국당 내 원내전략 기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민주당 역시 한국당의 이번 결정이 무더기 필리버스터 등 원내 전략에 대한 책임론적 성격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원내대표 교체 시 협상 기류가 변화할 수 있지만 경선에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한국당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기다리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에 대해 "한국당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고 새 원내대표가 오는 부분에 대해서 태도변화가 있다면 협상의 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면서도 "태도 변화가 없다면 기존 방침대로 4+1 협의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가운데)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