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탄소세 추진"…유화·철강업계 '예의주시'

EU '탄소국경세' 이어 UN·IMF도 목소리 높여
업계 "당장 EU 시행 시 타격 미약해도 각국 확산하면 저감 나서야"

입력 : 2019-12-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최근 국제사회에서 수출 제품 가격에 ‘탄소세’를 붙이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자 국내 석유화학·철강업계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논의가 구체화할 경우 별도의 공정 개선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지난 1일(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서 열린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기자회견에서 “화석연료 보조금과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중단, 탄소세 부과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지난 30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말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탄력적인 재정정책과 금융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이 지난 9월1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차 UN총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 1일 출범한 신임 집행위원회의 우루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총대를 매고 ‘탄소국경세’ 본격 도입 의사를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통화 정책으로 함께 대응하겠다며 거들었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적은 지역에서 생산된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규제다. 수출국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양현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EU가 15년 전부터 환경 얘기를 많이 해오긴 했지만, 집행위원장이 원래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고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프랑스 재무장관과 IMF 총재를 지낸 라가르드 총재도 추진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출범한 EU 신임 집행위원회의 우루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탄소국경세' 도입에 팔을 걷어 붙였다. 사진은 지난 4일 기자회견 모습. 사진/AP
 
실제 탄소세가 도입되면 국내에서는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업계와 오염물질 배출계수가 가장 높은 철강업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이 EU에 수출하는 품목은 자동차와 선박, 전기차 배터리와 합성수지 비중이 높다. 특히 2015년 전후로 합성수지와 배터리는 5대 수출품목에 포함, 올해 10월에는 배터리가 선박을 제치고 3위가 됐다. 국내 석유화학·전기차 배터리 업계 1위인 LG화학은 작년 유럽 수출 비중이 합성수지 15%, 배터리가 25%였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배출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고, EU의 탄소세 영향은 크지 않더라도 확산할 경우 공정 개선을 통해 배출저감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추이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오염물질 배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EU가 탄소세를 도입하는 이유는 중국 때문인 것으로 안다'며 "중국은 규제가 약하고 오염에 대한 개념이 없이 무조건 싸게 만들어서 역내에 (상품이) 들어오니, 간접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저가 제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클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대기업 중심으로 일부 기업들은 (탄소저감) 준비를 했지만, 중소기업은 거의 대비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까지 적용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대기업이 탄소 절감 노하우를 공유하고 정부 차원에서 비용을 지원해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탄소세를 매길 때 업종별 특성과 기업 생산 규모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컨대 “배출 절대치가 큰 포스코는 탄소세에 대비해 허용기준치보다 저감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당장 가시화된 EU의 경우도 탄소국경세를 내국세로 구현할지, 관세 형태가 될 지도 아직은 구체적 논의가 안 된 것으로 안다”며 “실제 구현 시 세계무역기구(WTO) 문제도 있고 파급 효과 등에서 좀 더 숙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다들 모니터링하는 단계인 것 같다”며 “구체적 안이 나오면 기업이 가장 먼저 반응할 것이고 정부도 대응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이슈에 적극적인 EU와 국제사회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UN에 이어, IMF까지 기후변화 문제를 거론하고 나온 건 주목도가 크다. 사진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가 지난 달 21일(현지 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6' 국제기구 수장들과의 라운드테이블 대화 계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AP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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