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보노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2002년 3월4일, 미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를 장식한 건 보노(59·본명 폴 데이비드 휴슨)였다. 세계적인 록 밴드 U2의 리드 보컬이자 프론트맨. 당시 제 3세계 국가 문제에 열을 올리던 그를 잡지는 “가슴(감성)만이 아닌 머리(이성)로 인류 문제를 해결하는 자”라 했다. 난민과 기아, 아프리카 부채 탕감에 저돌적으로 나서며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세 차례(2003년, 2005년, 2006년) 올랐다.
미국 타임 커버에 실린 U2의 프론트맨 보노. 사진/TIME
17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세계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60년 아일랜드 출신의 보노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 뮤지션 중 한 명이다. 43년 간 멤버 교체 없이 이어온 세계적인 록 그룹 U2의 보컬이자 전신. 인권·반전·환경 등 폭넓은 인도주의적 문제를 다룬 U2의 가사들은 그를 통해 세상에 닿았다.
폴란드 민주화 운동(곡 ‘New Year’s Day)과 북아일랜드 런던 데리시에서 발생한 ‘피의 일요일’(‘Sunday Bloody Sunday’), 부의 격차와 개인의 영적 탐구(‘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와 비폭력 저항운동(‘Pride’), 독일 통일에서 본 갈등과 화합, 평화, 공존(‘One')…. 중저음과 비성을 오가는 목소리에 실린 범지구적 메시지는 국경을 초월하며 반세기를 관통해왔다.
보노는 이성적으로 사고 하며 발로 움직이는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빈곤과 에이즈 등 질병 종식을 위한 기구인 ‘원’(ONE)을 설립하고 “세계인들이 삶의 존엄,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앞장 서고 있다. 조지 워싱턴 부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부터 프란치스코 교황,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 등 각국 정상급 인사와 교류하며 자신의 활동을 설명해오기도 했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마돈나 등 세계적 팝스타를 웃도는 자산으로도 유명하다. 이미 뮤지션으로서 부호였던 그는 2004년 자체적으로 투자업체 ‘엘리베이션 파트너스’를 설립했었다. 2009년 페이스북의 잠재성을 알아보고 2.3% 지분을 사들인 그는 현재 15억 달러(1조 7850억원) 규모 자산을 지닌 부호다. 이 자산을 투어와 자선 사업에 상당 부분 사용하고 있다.
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U2 내한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9일 오전 10시 20분 보노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했다. 당초 일정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앞당겨졌다. 전날 보노와 U2 멤버들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밴드 결성 43년 만에 첫 번째 내한 공연을 개최했다. 밴드는 존레논 기일에 맞춰 평화 메시지를 전하고, 남과 북으로 나뉜 한국의 분단 상황을 위로했다.
보노는 베를린 장벽 붕괴에 영감을 받은 곡이자 U2의 대표곡인 ‘원’을 마지막 곡으로 꺼내 들며 “평화로 향하는 길은 우리가 하나가 돼 노력할 때 찾을 수 있다, 하나가 될 때”라 했다. 17년 전 타임지가 건넨 질문이 그 곳에 모인 2만8000여 관객에 다시 와 닿았다. “보노는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