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증거인멸 재판 실형 판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분식회계 혐의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한차례 고비를 넘긴 상장폐지 이슈도 재발할 수 있다. 반면, 증거인멸과 분식회계는 별개라는 사측의 방어논리도 여전히 성립한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 인멸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임직원 8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삼성전자 임원 4명에겐 실형이, 로직스와 에피스 임직원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이를 두고 검찰 입장에선 인멸된 증거가 분식회계와 관련된 증거라고 주장해온 만큼 본류인 분식회계 입증을 위한 첫 단추를 뀄다는 분석이다. 수개월째 지지부진하던 수사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속도를 낼 수 있다.
현행 유가증권 상장제도 시행세칙에 따라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증권선물위원회가 해당법인을 검찰에 고발·통보하기로 의결하거나 검찰이 직접 기소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 상장폐지 요건이 성립되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증권선물위원회 판단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을 당시에도 고의 분식회계 의혹이 그 사유로 작용했지만 회사측 적극 소명으로 한 차례 막아낸 바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증거 인멸 지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운영담당 백모 상무,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 상무, 삼성전자 정보보호센터 보안선진화 TF 서모 상무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달리 이번 재판으로 분식회계 입증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폐지 가능성을 논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증거인멸에 연루된 임직원들이 전원 유죄를 선고받긴 했지만, 재판부가 분식회계와 관련해선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삼성 측 역시 증거인멸과 관련해선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분식회계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내용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법리적으로 분식회계와 관련된 내용은 마땅히 밝혀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검찰 수사가 수개월째 이어졌음에도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된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은 만큼 '분식회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분식회계 의혹과 별개로 삼성그룹의 바이오 사업은 비교적 순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송도 3공장 가동을 기점으로 글로벌 1위 수준의 위탁생산(CMO) 기업 입지를 확보한 가운데 올해만 8건의 대형 계약을 수주했고, 의약품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주력 품목들의 유럽 지역 선전에 힘입어 올해 첫 연간 흑자를 자신하고 있다.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