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입국장 인도장 설치를 골자로 하는 관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향후 통과 시 대기업 면세점 쏠림 현상이 강화될 전망이다. 할인율이 비교적 높은 대기업 인터넷면세점 사용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서울에 위치한 국내 한 면세점. 사진/뉴시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통과한 관세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입국장 인도장이 마련될 경우, 온라인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입국장 인도장 설치 시 내국인은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갖고 출국하지 않아도 국내에 입국할 때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운영하는 인터넷면세점에서 높은 할인율로 미리 구매하고 입국장에서 수취하는 소비 패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법 개정 취지 자체가 내국인이 해외여행 시 면세품 구매의 편의성을 높이는 차원이기 때문에 인터넷면세점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인터넷면세점은 적립금 행사부터 통신사, 카드사 등 제휴 행사, 멤버십 혜택 등의 프로모션도 제공된다"라고 말했다.
이미 인터넷면세점 구매액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추경호 자유한국당은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국내 인터넷면세점 매출액'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면세점 매출은 4조338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3조442억원) 대비 42.5%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15년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약 1조원씩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은 면세품 진열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공항에 설치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하고 김해공항, 제주공항 등이 정상적으로 면세점을 설치할 가용 부지가 적은 만큼, 입국장 인도장 설치로 여행객 불편을 덜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김포공항 60평, 제주공항 33평, 대구공항 15평, 무안공항 15평, 김해공항 0평 등으로 면세품 진열 가용부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입국장 면세점을 찾은 관광객들 모습. 사진/뉴시스
입국장 인도장 설치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기업 면세점들은 인터넷면세점 구매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면세점들은 인터넷면세점 구매 경향 증가에 따라 관련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9월 모바일앱에 해외여행 콘텐츠 공유 플랫폼 '트립톡'을 론칭해 온라인 구매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트립톡은 면세점 구매 상품에 대한 리뷰 작성 뿐만 아니라 여행과 쇼핑에 관련해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고객 주도형 SNS 서비스다. 트립톡 이용 고객은 영상 및 사진 콘텐츠를 올리면 인터넷면세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지난 6월 출국 시간이 빠듯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롯데인터넷면세점 온라인 간편 가입 서비스를 도입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내국인 고객의 쇼핑 환경 개설을 위한 플랫폼 확장과 온라인 마케팅 확대를 통한 고객 서비스 강화에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 역시 이달 중 통합 여행 플랫폼 서비스 '신라트립'을 론칭하고 적립금을 제공하는 등 인터넷 구매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모바일앱에 마련된 '신라트립' 서비스에서 항공, 호텔, 투어 상품 구매 시 중개수수료 중 일부를 고객에게 면세점 포인트로 제공한다. 이외에도 앞서 도입한 모바일 상품평 서비스 '신라팁핑'을 통해 회원이 작성한 상품평으로 매출이 발생 시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는 등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 등 외국인들의 온라인 구매 서비스 환경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 11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내에 신세계면세점 멤버십 페이지에 VIP 전용 페이지를 개설했다. 또한 씨트립 회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통합 간편 회원가입을 할 수 있게 하고, 신세계인터넷면세점과 연동 시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한편,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 중인 중소 면세점들은 입국장 인도장 설치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입국장 인도장을 통해 면세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내국인이 입국장 면세점을 사용할 유인이 없어지고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중소면세점 관계자는 "입국장 면세점은 중소·중견 기업에 특허권을 주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이에 반해 입국장 인도장 설치는 대기업의 편의나 특혜를 봐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