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혜승기자] 지난 주말 둘째 아이의 돌 잔치를 했던 주부 강영미(31)씨는 예상보다 적게 들어온 돌반지에 내심 섭섭했다. 돌 잔치에 참석한 지인들 대부분이 돌반지 대신 현금 봉투를 내민 것. 강씨는 결국 아이의 돌 사진 촬영시 첫째 아이의 돌반지를 이용해 기념촬영했다. 큰아이에게도 작은아이에게도 미안함이 남았다.
금 값이 그야말로 '금값'이 되면서 시중자금이 금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소매가 기준 국내 금 한 돈 가격은 18만1500원. 연초 16만9000원에 비해 7.40% 가량 올랐다. 지난해 11.18% 상승한 이후 올 들어서도 금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가 급등 부담에 주춤한 사이 일부 발빠른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 돌반지 판매 급감..귀금속 업계 '울상'
돌반지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예전엔 5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돌반지 가격이 20만원을 육박하면서 구매자를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
차민규 귀금속판매업중앙회 홍보실장은 "예물에서 금 판매가 줄어든 것은 예전엔 금 가락지나 금 비녀 등을 예물로 하던 것에서 최근엔 다이아 중심으로 트렌드가 변했기 때문이며 사실상 직격탄을 맞은 건 돌반지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금을 실제 재테크 수단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금 가격이 향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 실장은 "지난해 2월 경에 소매가 20만원 기록하던 시기에 이미 돌반지 등 금붙이를 내다 판 사람들이 많아 최근에 더 쏟아져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진짜 금을 재테크로 하는 사람들은 금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파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금값 상승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미국 경제방송 CNBC는 금값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금값의 급격한 상승은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역시 금값 랠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스티븐 페리 48그룹 클럽 회장은 "지난 3년간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금이 좋은 헤지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에 대한 수요는 분산되고 공급이 늘면서 금 값 상승 폭은 일정부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선성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초 백금과 팔라듐 ETF 가 상장되면서 귀금속 투자수요가 일부 금 시장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도의 실수요 역시 최근 가격 부담감에 다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정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금가격의 향후 상승 탄력성은 높지 않다"고 강조했다.
◇ 금 관련 금융상품, 투자전략은?
금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관련 금융상품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상품인 골드리슈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1.09%, 1년 수익률은 22.46%에 달했다. 거래량은 12일 기준 8만2915좌, 719만200 그램(g)으로 원화로 환산시 3225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김영길 신한은행 홍보팀 과장은 "골드리슈의 계좌수는 연초 7만4885좌에서 5월12일 기준 약 8만3000여좌로 늘어났다"며 "금융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에 따라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금 관련 펀드 역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섹터·테마 펀드 가운데 금 관련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1%로 컨슈머 펀드와 일본리츠펀드에 이어 3위를 나타내고 있다.
권정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파생상품형 금펀드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해외 펀드와 비교해서도 높은 성과를 내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금 펀드에 대해서는 틈새펀드로 활용하는 전략과 금 파생상품형 펀드 위주의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권 연구원은 "향후 금가격의 상승 탄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것이 컨센서스로, 금펀드의 경우 적극적인 투자 보다는 틈새 펀드로 활용하는 전략과 금 주식형 펀드 보다는 금 가격의 상승세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는 금 파생상품형 펀드 중심의 투자가 이루어 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서혜승 기자 haro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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