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분리배각에 대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지만 결국 시장 활성화와 이용자 혜택이라는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신청에 대해 알뜰폰 분리 매각이 아닌 알뜰폰 활성화 조건을 부과한 승인 결정을 내렸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CJ헬로의 알뜰폰을 분리매각하는 조건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 그간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활성화에 힘을 쏟았는데 업계 1위가 이동통신사에게 매각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수년간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하며 알뜰폰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망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 매년 협상을 벌여 도매대가를 인하했으며 전파사용료도 지속 면제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뜰폰 1위 CJ헬로가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알뜰폰 시장이 위축되고 그간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때문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케이블TV 등의 사업만 인수하도록 정부가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사업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담은 조건을 먼저 과기정통부에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분리매각 대신 그 방안 중 일부를 받아들여 알뜰폰 시장을 더 활성화시키고 이용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택했다. 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에게 부과한 통신 관련 조건은 △완전 무제한 요금제 제외한 5G·LTE 요금제 모두 도매제공 △데이터 선구매제 할인 도입 △무선 다회선 할인 및 유·무선 결합상품 LG유플러스와 동등한 조건으로 제공 △알뜰폰 요청시 LG유플러스가 5G 스마트폰 및 유심 구매 대행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조건부 승인 관련 브리핑에서 "분리매각 조건 부과 여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이는 중 LG유플러스가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며 "그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알뜰폰 시장 활성화와 이용자 이익 등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에 부과한 조건 중 도매대가와 제공하는 요금제의 범위는 지난 9월 SK텔레콤과 협의해 발표한 알뜰폰 활성화 대책보다 알뜰폰에 대한 혜택이 더 크다. 때문에 LG유플러스가 이렇게 알뜰폰 지원에 나선다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판단이다. LG유플러스의 망을 쓰는 알뜰폰 사업자들로 가입자가 쏠리면 경쟁사들도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알뜰폰에 대한 혜택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한 이통사가 하나의 알뜰폰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가이드라인 차원의 원칙도 배제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미디어로그(유플러스 알뜰모바일)에 이어 CJ헬로까지 2개의 알뜰폰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이 실장은 "1사 1알뜰폰 문제는 앞으로 달리 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유사한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올 경우 알뜰폰 시장과 이용자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