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은행이 지분 15%를 초과 소유할 수 있는 자회사 업종에 핀테크(IT 기술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 기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산업자본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푼 데 이어 이번에는 반대로 은행이 유관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22일 기존규제정비위원회를 열어 이같은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 측은 "핀테크 기업 뿐만 아니라 혁신창업기업까지 은행이 15% 이상 투자할 수 있는 취지의 규제완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은행법 제37조 및 은행업감독규정 제 49조에 따라 은행은 금융·보험업, 은행관련업종, 금융위 인정업종의 경우에만 15% 이상의 출자가 가능하다. 여기에 핀테크 기업, 혁신창업기업 등의 업종을 추가해 은행이 해당 기업을 인수 또는 지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0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의 해석을 통해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금융산업과 소비자에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 등 금융위가 인정하는 기업에 대한 은행의 자회사 출자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다만 은행의 핀테크 기업 소유를 위해선 근본적인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권해석 확대 만으로는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법 뿐 아니라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은 금융기관의 다른 회사 주식 소유 한도를 20%(사실상 지배하는 경우에는 5%)로 못 박고 있고, 금융지주회사법도 비금융회사의 주식 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겹겹의 규제를 걷어내지 않는 한 은행의 대대적인 출자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여야 대치가 극심한 데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실시하는 점을 감안할 때 법률 개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또 내년 1월부터 은행의 안심전환대출 취급분은 예대율 산정시대출금에 포함되지 않기로 확정했다.
다른 규제 완화 대책으로는 현재 법인고객의 경우 비대면 실명확인 대상을 본인(자연인)·대표자(법인)로 한정하고 있으나, 내년부터 금융회사가 법인 임·직원 등 대리인을 통해 비대면으로 법인 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도록 조치한다.
은행이 금융실명법상 정보제공사실을 SNS 등 전자문서로 통보할 수 있도록 하고, 은행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판단기준도 명확히 한다.
바젤 위원회 등이 도입을 권고한 거액익스포져 한도 규제 등 향후 도입을 검토중인 규제는 도입시기를 명확히 하고, 은행주식을 4% 이상 보유한 동일인의 주식보유상황 보고 부담도 줄인다.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바젤Ⅲ 최종안 조기도입 여부도 적극 검토한다. 바젤Ⅲ 최종안은 바젤위원회 도입 권고 기한에 따라 오는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와 일부 기업대출의 부도시 손실률을 하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계부문으로의 자금쏠림을 억제할 수 있는 가계부문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 제도는 도입시기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한 부문도 있다.은행권 광고규제에 대한 감시 강화가 대표적이다. 과장·허위 광고로부터 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재 점검하지 않는 손익결정방법 표시여부, 상품에 내재된 위험 표시여부 등 시민감시단 점검항목이 확대된다.
이와 함께 금융소비자들이 은행별 대출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금리공시 기준을 개선,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일관된 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금융위는 심의·의결한 개선과제중 감독규정 등 규정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내년중 관련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다만 상위 법령 개정이 필요한 경우 관련 법령정비 이후 신속하게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은행에 붙어있는 대출금리 정보 관련 광고 모습.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