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경영권을 둘러싸고 한진그룹 남매의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을 들였던 레저와 호텔 사업에 시선이 쏠린다. 조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왕산레저개발과 칼호텔네트워크는 한진의 대표 적자 계열사다.
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왕산레저개발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23억원으로 전년 20억원보다 12.3% 늘었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의 적자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6년 13억원, 2015년 10억원, 2014년 5억원으로 설립 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왕산레저개발은 시작부터 조 전 부사장이 공을 들인 사업으로 이 회사는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요트 계류장인 '왕산마리나'를 조성했다. 조 전 부사장은 왕산레저개발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는데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 직전까지 이 지위를 유지했다.
그룹 내에서 조 전 부사장은 레저와 호텔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조 전 부사장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본부장,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본부장 등의 이력을 제외하면 호텔, 레저 사업부 경력이 대부분이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필리핀 가정부 불법고용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뉴시스
대한항공, 왕산레저에 8년간 1500억원 수혈
왕산레저개발의 손실액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매년 대한항공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운영 자금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2017년 개장 후 적자가 심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에 올해 150억원 출자했으며 2018년 220억원, 2017년 200억원, 2016년 123억원을 쏟아부었다. 초기 자본금 60억원을 더하면 8년간 출자금은 약 1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대한항공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6924억원의 약 22%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 왕산레저개발은 투자금 마련을 위해 산업은행으로부터 624억원을 차입했는데 대한항공은 왕산레저개발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안 되면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정을 체결했다. 즉 왕산레저개발이 빚을 못 갚으면 대한항공이 대신 갚아줘야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기자회견하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호텔·관광도 '적자'
조 전 부사장이 손댔던 사업 중 적자에 허덕이는 계열사는 왕산레저개발뿐만이 아니다. 칼호텔네트워크와 한진관광도 대한항공 계열사 중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80억원을 냈다. 당기순손실은 159억원이다. 2017년에는 253억원 영업손실, 320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영업손실 26억원, 2015년에는 영업손실 39억원을 내며 2014년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터졌던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이 이미지가 중요한 호텔 경영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관광 또한 지난해 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7년에는 6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계열사는 모두 한진칼의 100% 자회사로 그룹 실적에 영향을 준다.
'밥그릇' 지키려는 조현아…"돌아올 수 있을까"
이처럼 조 전 부사장이 공을 들인 사업들은 적자로 구조조정 대상에 물망이 오르고 있다. 앞서 조원태 회장도 "대한항공이 그룹의 주축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사업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없고 정리할 부문은 좀 있을 것 같다"고 계열사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는 조 전 부사장이 돌아올 자리가 없어진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칼호텔네트워크를 통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을 크게 점쳐왔다. 한진칼 100% 자회사인 데다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의 경영권 전쟁 선포 또한 조 회장의 계열사 구조조정 언급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결국 그룹 내 돌아올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경영권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다.
다만 경영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다고 해도 각종 갑질 논란으로 얼룩진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에는 비판이 따를 전망이다. 특히 대한항공 노동조합도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