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찰에 타인 면허증 사진 제시, 공문서부정행사 아냐"

"특정 용법 따라 행사했다고 볼 수 없어 죄 성립 안해" 판결

입력 : 2019-12-26 오후 4:05:3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경찰의 단속에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사진을 제시한 행위는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문서부정행사를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신씨는 지난 2017년 4월 무면허에 혈중알코올농도 0.112%의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 음주운전·무면허운전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이미 2015년 10월부터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후 업무를 위해 운전할 필요가 있어 A씨의 운전면허증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보관했으며, 이후 2017년 4월 적발 당시 이 사진 파일을 경찰에 제시하는 등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1심은 신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으며,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로 유죄로 판단했다. 2심은 일부 누범 가중된 부분을 파기해 징역 8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면서도 공문서부정행사 혐의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단속 경찰관에게 자신이 A씨임을 증명하기 위해 휴대폰에 저장해 둔 A씨의 운전면허증 이미지 파일을 제시한 것은 공문서인 'A씨의 운전면허증'을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시해 행사한 것이므로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진 파일을 제시한 신씨의 행위가 공문서부정행사 혐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운전 중 경찰관으로부터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고, 경찰관에게 A씨의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이미지 파일을 제시한 행위는 A씨의 운전면허증을 특정된 용법에 따라 행사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운전 중에 도로교통법 제92조 제2항에 따라 경찰공무원으로부터 운전면허증의 제시를 요구받은 경우 운전면허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는 도로교통법 관계 법령에 따라 발급된 운전면허증 자체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 경우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경찰공무원에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자체가 아니라 이를 촬영한 이미지 파일을 휴대전화 화면 등을 통해 보여주는 행위는 운전면허증의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라고 볼 수 없는 것이어서 그로 인해 경찰공무원이 그릇된 신용을 형성할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결국 공문서부정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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