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법원이 연락을 시도하지 않은 채 진술 없이 선고를 내린 것은 위법하므로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 본원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2심이 공시송달을 결정하면서 강씨에게 연락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시송달은 피고인의 주소를 알 수 없을 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이 송달한 서류를 보관하고, 송달받을 당사자가 나타나면 이를 교부한다는 내용을 법원 게시장에 게시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공시송달 결정을 하기 전에 피고인의 변경된 휴대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봤어야 하는데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다"며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제365조를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송 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강씨는 지난 2016년 9월 자동차운전면허 없이 혈중알코올농도 0.108%의 술에 취한 상태로 경북 포항시의 한 도로를 운전하다가 신호를 대기하고 있던 앞차를 들이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앞차는 범퍼가 파손되고, 앞차의 운전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강씨는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자동차를 운전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강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강씨는 공소장 부본 등을 송달받지 못해 공소가 제기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1심 선고 사실을 알게 되자 항소권회복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다시 재판이 진행됐다. 2심은 강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잘못을 인정했고, 2007년 12월14일 이후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 과정에서는 2차례의 공시송달 결정이 이뤄졌다. 법원은 항소장 접수 후 강씨의 주소로 소송기록접수통지서 등을 발송했지만, 송달되지 않았다. 또 공소장에 기재된 강씨의 휴대전화로 전화했지만, 수신정지 상태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에 법원은 공시송달을 결정했지만, 강씨의 변경된 휴대전화로 통화해 강씨가 승선 중인 사실과 당시 주소지를 확인해 결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다시 강씨의 주소로 2차례 우편송달과 집행관송달을 진행했지만, 모두 송달되지 않자 2차 공시송달을 결정했다. 법원은 이 결정 이후 강씨에게 1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잘못된 휴대전화번호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법원은 강씨가 1차와 2차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자 출석 없이 소송 절차를 진행해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선고 사실도 알지 못했던 강씨가 상고권회복을 청구해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