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KDI vs.KIEP..금리인상 시기 놓고 신경전

KDI "현 시점서 올려야" vs. KIEP "하반기까지 기다려도 된다"
환율·유가 등 물가상승압력 입장 差

입력 : 2010-05-17 오후 4:53:28
[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금리인상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놔 관심이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로 꼽히는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KDI가 16일 "지금 올려도 빠른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반면 다음날 KIEP는 "서너달 기다린다고 해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17일 오전 KIEP는 '정책금리인상을 위한 대내외 경제여건 평가' 보고서를 발표해 "현재의 대내외 경제상황으로 판단할 때 당분간 금리인상을 유예할 여유가 있다고 분석된다"고 밝혔다.
 
◇ 물가상승압력, 높다? 낮다?
 
KDI와 KIEP의 입장 차는 현재 물가수준과 향후 물가불안 가능성에서 벌어졌다.
 
우선 현재 물가 수준에 대해 KIEP는 '안정적'이라는 입장을 보인 반면 KDI는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말로 풀이했다.
 
KIEP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하회하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볼 때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KDI는 "현재의 물가안정세는 과거에 비해 많이 안정되어 있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소폭 높은 수준에 있고, 생필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의 경우 3% 후반대로 평균 물가상승률보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을 현재 물가상황을 고려하는 데 좀 더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율·유가 등 향후 물가 불안요인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이다.
 
◇환율, 유가 전망도 상이
 
환율과 관련해서는 KIEP와 KDI 모두 원화강세(환율하락)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 같은 환율하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이동은 KIEP 국제거시금융실 부연구위원은 "주요 금융기관들은 올해 연말기준 환율을 1050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원화강세가 지속된다면 수입물가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KDI는 올해 환율에 대해 실질실효환율(한 나라 통화의 각국 통화에 대한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환율) 기준으로 지난해 연평균 실질실효환율 대비 10%가 넘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현욱 KDI 선임연구위원은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둔화된 모습이어서 물가 하락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는 낮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에 대해서도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올해 국제유가의 경우 KDI는 연평균 80달러대 중반, KIEP는 평균 80달러로 점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KDI쪽이 유가가 향후 물가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 `물가 안정` vs. `과열 우려..선제 조치`
 
KIEP가 금리인상 유예의 또다른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각국의 금리인상 현황.
 
미국 등 대부분의 주요 7개국(G-7) 선진국들은 높은 실업률 과 마이너스 성장 등으로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고 러시아,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은 경기 회복세가 부진해 금리를 오히려 인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주요 20개국(G-20) 중 금리인상을 시행한 국가(호주, 인도, 브라질)는 자산시장 거품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국가들이라고 지적했다.
 
호주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주택가격지수가 전년동기대비 6.6% 상승했고 인도는 올해 1월 이후 도매물가지수가 지속적으로 9%이상 상승, 브라질은 올해 세 달 연속 물가상승률 5.2%를 기록해 금리를 인상했다는 것.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률도 현재 위험 징후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KDI는 "세계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 성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세계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금리정책 정상화도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각국 금리정책을 참고할 때 어느 나라를 보느냐에 따라 정책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기회복세가 부진한 유로지역 등보다는 우리와 같이 경기회복세가 빠른 주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봐야 더 적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식 발표되는 물가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KDI. 물가안정세를 주장하는 KIEP. 정부는 두 기관의 상반된 분석 중 어느 쪽에 더 무게중심을 둘 지 두고볼 일이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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