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국제금융시장은 한 나라의 경제를 파산시켜서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은행의 주주들도 이를 박수치면서 환영한다."
신장섭 싱가폴국립대학교 교수는 1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잘못된 5대 금융상식을 넘자'라는 주제로 가진 경제특강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신 교수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윈-윈 전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롱(long)'과 '숏(short)'의 대결 구도와 마찬가지로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린다는 것.
신 교수는 "몸통이 펀더멘탈이고 꼬리가 투기라는 개념은 버려야 한다"며 "투기가 몸통이고 펀더멘탈은 꼬리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케인즈의 미인대회론를 예로 들며, 미인대회에서 미(美)를 가늠하는 객관적인 기준(펀더멘탈)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누구를 미인으로 꼽을 것인가 등 군중심리나 몰표선정 등이 미인을 선정한다고 주식시장의 비이성적인 특성을 꼬집었다. 이는 외환시장이나 미술시장, 주식시장에도 해당돼 펀더멘탈보다는 투기심리가 가격을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내용보다 이것을 투자세력이 어떻게 해석할지, 반응할지 등을 가늠하고 투자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장섭 교수는 "돈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흐른다"며 "선진국 투자자나 신흥국의 부자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등의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에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는 것은 '이상현상'이라며 외환유출과 환율급변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버블론에 대해서는 자본주주의는 버블과 함께 성장하며, 버블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으로 터지기 마련이지만, 새로운 버블을 만들어서 해결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건전한 성장'이라는 구호에 속으면 안된다"며 "버블은 만들어질 때 함께 타고 가야하고 버블이 폭발할 때 지나치게 비관론에 휩싸이며, '구조조정' 등을 지나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 등에 대해서는 복잡한 금융상품일수록 '음모'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투기세력의 입장에서 금융시장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