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허용해놓고 예산은 찔끔?…수급 비상에 환자들 발동동

희귀필수약센터, 재고 물량 소진 코앞…기재부 추가 예산 편성에 부정적

입력 : 2020-01-09 오후 3:18:33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48년 만에 풀린 빗장에 지난해부터 환자들에게 공급되던 대마 성분 의약품이 1년여 만에 예산 부족으로 수급 비상에 직면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늘려줬지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눈높이와 차이가 있다. 실제 의약품 공급을 담당하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재고 확보가 불가해 구매대행으로 전락했고 환자들은 불편을 겪게 됐다. 
 
9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따르면 현재 센터를 통해 환자들에게 공급 중인 의료용 대마 'CBD-OS(에피디올렉스)'의 재고량이 이르면 다음 달 소진된다. 부족한 사업비에 추가 재고 비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환자 신청에 따른 개별수입으로 인한 비용 상승과 수령기간 연장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센터는 지난해 3월 정식으로 도입 가능해진 CBD-OS(에피디올렉스)의 적기 약물 사용 보장을 위해 수요에 맞게 재고를 확보하고자 센터 방문수령이나 거점약국을 통해 해당 품목을 공급해 왔다. 에피디올렉스는 대마 추출 성분 의약품으로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발작 및 경련을 감소시키는데 사용되는 품목이다. 
 
국내 허용 이전 불법 행위를 무릅쓰고 약을 구했던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와 가족들 입장에선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데다, 지난해 상반기 30개였던 거점약국이 하반기 49개소까지 늘어나면서 더 원활한 공급이 가능해졌다. 국정감사에선 서울 1개소에 불과한 센터를 지역 거점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며 환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올해 센터 사업비 예산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재고 확보가 어려워졌다. 약품 구입을 위한 사업비 반영을 올해 예산 신청안에 포함시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이다. 사업 첫 해인 지난해의 경우 센터가 대출을 받아 1000병의 초기 물량을 구매했고, 대출 상환은 환자들의 구매 대금으로 가능한 상황이지만 향후 물량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다.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입장이 다르다. 이미 지난해 시작되는 사업을 위해 필요한 인력 등에 대한 전체 센터 예산을 확대 편성해줬고 올해 역시 전년 대비 16% 증액해 추가 편성이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현재 센터의 재고가 소진되면 환자들이 주문 시 수입하는 시스템으로 변경돼 약품수령기간이 7일 이내에서 15주 내외로 대폭 연장된다. 개별수입 진행으로 인한 수입원가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거점약국 역시 교육 및 관리비용이 부족해 현재 관련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센터는 해당 내용을 담은 공지를 지난 2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상태다.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탓에 1병(100ml)당 156만9000원이라는 약가 부담을 감수하던 환자들의 부담이 가중됐다. 부족한 재고에 자체 비축을 위해 한 번에 여러 병을 구입해야 되는데 3병에 5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당장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개인별 많은 수량의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는 확신도 없다. 에피디올렉스 1병은 8.4kg 환자 기준 12주 복용이 일반적이며, 몸무게에 따라 한 달에 1병을 소진하는 환자들도 있다. 
 
난치성 뇌전증 환아의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원인은 지난 6일 관련 우려와 고통을 담은 국민청원을 게시, 현행 기존 시스템 유지와 예산 확대를 통해 환자와 환자가족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약 3900명의 동의를 얻었다.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식약처 예산을 끌어오거나 3월 추경예산을 통한 사업비 확보 정도가 꼽힌다. 하지만 재원 한계가 분명한 동시에 각 부처의 사정이 다른 예산 문제인 만큼 두 방법 모두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식약처와 센터 모두 유관기관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우영택 식약처 대변인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식약처 내에서 가용한 재원이 있는지 또는 정부에서 가용한 금액이 있는지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재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입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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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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