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한국 해운이 장기 불황 파고 속에서도 글로벌 해운 강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정부가 올해 해운재건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장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가 대외 불확실성을 넘어 재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영국 선박 가치평가기관 배슬스밸류(Vessels Value)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선대 가치 기준 글로벌 5위에 올랐다. 선대가치는 선사들이 보유한 선박의 가격을 의미하며 현존선과 건조 중인 선박들도 포함된다.
한국 선대 가치는 360억달러로 전년 대비 35억달러 상승하며 2018년 6위에서, 독일을 제치고 5위를 기록했다. 이중 신조선 비중은 98억달러, 현존선은 260억달러이다. 1위는 일본이 차지했고 그리스, 중국, 싱가포르가 뒤를 이었다.
2019 선대 가치 순위. 표/Vessels Value
낮은 선령이 선대 가치 상승에 한 몫했다. 글로벌 평균 선령이 13.1살인데 한국은 12.2살로 낮다. 구체적으로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은 평균 8.3, 8.8살로 더 낮은 수준이다. 선령이 낮은 만큼 고효율 엔진, 연료절감 기술이 장착돼 운항 효율성이 높은 장점도 있다.
박홍범 배슬스밸류 한국 지사장은 "어려운 해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세계 5위의 해운 강대국임을 데이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매입이 많았던 것은 긍정적인 부분인게 확실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박 지사장은 "작년 선대 확장을 통한 순위 상승, 높은 건조 중인 선박의 비율, 낮은 평균 선령 등은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한국 해운이 장기 불황 파고 속에서도 글로벌 해운 강국의 위상을 떨치고 있다. 사진/현대상선
이처럼 해운 시장 여건이 녹록치 않았음에도 선대 가치는 오히려 상승했다. 선사들이 해운시장 개선 기대감에 선박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높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피했다.
물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해양 환경규제가 강제화되면서 선사들은 선박 연료로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기존의 선박연료 고유황유 가격은 톤당 400달러 아래로 떨어진 상태인 반면, 저유황유는 730달러를 웃돌고 있다. 두개의 연료유 가격이 300달러 이상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도 하반기부터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몰려 가격이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연료 가격차가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도 해운재건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신년사를 통해 "주력산업 재도약의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겠다"며 "국적 원양선사의 경영실적 개선을 가시화하고, 해운항만 기업의 규모화와 대형화를 실현함으로써, 해운산업 매출액 40조원을 달성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해양진흥공사도 선사별 맞춤형 금융 지원 상품과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한다. 중소선사의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해 중소선사가 중견선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황호선 해양진흥공사 사장은 "2020년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추진의 반환점을 맞이하는 해"이며 "올해는 지난해에 마련한 해운재건 사업들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새로운 미래성장 창출을 위한 해운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전망도 긍정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국 해운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고 대외 불확실성도 완화될 분위기인 만큼 올해는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며 "해운재건을 위한 노력으로 한국해운이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