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면전 피한 트럼프, 대선 부담됐나

이란 미사일 공격, 사실상 '체면 세우기용'…연말 대선 앞두고 변수 최소화

입력 : 2020-01-09 오후 4:02:3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보복성 미사일 공격에 '불균형적 방식'의 군사적 응징이 아닌 경제 제재를 대응 방식으로 선택하며 중동의 전면전 위기감이 일단락됐다. 여기엔 미국인의 사상자가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지만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계속된 보복성 조치로 전운이 고조되던 중동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대이란 강경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도 군사력 사용은 원치않는다고 말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떠한 미국인도 지난밤 이란 정권의 공격으로 인해 다치지 않은 데 대해 미국 국민은 매우 감사하고 기뻐해야 한다"며 "사상자가 없었다. 우리의 모든 장병은 안전하며 단지 우리의 군 기지에서 최소한의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위대한 미군 병력은 어떠한 것에도 준비가 돼 있다"며 "이란은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관련된 모든 당사국과 전 세계를 위해 매우 좋은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옵션들을 계속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즉각적으로 살인적인 경제 제재를 이란 정권에 대해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며 "이란이 행동을 바꿀 때까지 이들 강력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결단은 이란의 공격이 사실상 '체면세우기'용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7일 오전부터 이란이 군부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살해에 대한 보복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후 이라크 내 미군 시설을 노리고 있다는 점 역시 파악했다.
 
특히 이란의 공격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새벽 시간대에 진행됐으며 미국인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떨어졌다. 또 미군기지가 아닌 아르빌 국제공항 주변에 떨어졌으며 아르빌 서쪽 33km 지점에 떨어져 사상자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인 사망자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란과 협상의 길이 열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트럼프 대통령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대내외 현안에 있어 재선 가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배제시켜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변수를 계속해서 만들어간다면 재선 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란과 전면전 위기까지 치닫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엔 더욱 큰 부담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석유·에너지를 언급하며 에너지 자립에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AP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판단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다"며 확전 자제를 위한 행동을 한 것이라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의 이라크 주재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에 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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