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미래 시대의 필수 경쟁력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한국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뒤지고 있다. AI 관련 전문 인력과 시장규모, 관련기술 특허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중국과 미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인력의 규모 면에서 한국은 앞선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뒤쳐진 상황이다. AI 플랫폼 '알렉사'를 내세워 전세계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의 AI 관련 인력은 약 1만명으로 알려져있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자사의 AI 스피커뿐만 아니라 주요 가전 제조사의 각종 가전 제품에도 장착됐다. 알렉사는 가전을 넘어 차량으로도 범위를 넓혔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아마존은 알렉사를 탑재한 차량을 전시했다. 아마존은 CES에서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전기차 업체인 리비안 등의 차량에 알렉사를 탑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약 5000명의 AI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구글도 자사의 AI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의 영역을 각종 전자 기기로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주요 AI 기업들의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1월 삼성 리서치를 출범하고 산하에 AI 센터를 두고 AI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AI 연구개발 인력을 올해 중으로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AI 플랫폼 '누구'를 내세워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는 SK텔레콤도 AI 관련 인력은 400여명이다. 네이버는 자회사인 라인까지 합해 1000여명의 인력이 AI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이 애초에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시장의 크기와 기업 규모·자금력 등에서 뒤지기에 인력 수도 적은 것이긴 하지만 이러한 인력의 차이는 결국 서비스의 질과 범위의 차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업들은 자사의 AI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빅데이터 확보 경쟁에서도 앞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전과 차량, 각종 서비스에 AI 플랫폼이 적용되면 그만큼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AI는 양질의 빅데이터가 있어야 고도화될 수 있어 데이터가 없으면 껍데기일 수밖에 없다"며 "AI 경쟁은 결국 누가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각종 특허에서도 선진국들에게 뒤져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AI 관련 특허 등록 합계에서 중국이 1351건으로 1위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497건에 그쳤다. 세부적으로 음성인식·컴퓨터 비전·자연어 처리 등의 특허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크게 뒤졌다.
이에 한국의 AI 기업들끼리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CES 2020에서 "한국의 AI 기업들이 각자의 브랜드와 서비스는 유지하되 뒷단에서 서로가 협력하는 초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