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무역 갈등을 겪었던 미국과 중국이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국내 통신 시장에서 화웨이가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한국 시장에서 주로 판매 중인 것은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이다. 통신 장비 분야에서는 5세대(5G) 통신의 주파수 28기가헤르츠(㎓) 대역 장비 수주전이 관심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3.5㎓ 대역에서 5G를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 28㎓ 대역의 기지국 구축 및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주요 장비사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해 경쟁 입찰 과정을 거쳐 장비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이통 3사의 3.5㎓ 대역 주장비사 선정 과정에서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다른 장비사들과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LG유플러스를 제외한 SK텔레콤과 KT의 장비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LG유플러스에는 LTE(롱텀에볼루션)부터 5G까지 장비를 공급 중이다.
지난해 중국과 무역 전쟁을 펼쳤던 미국은 주요 우방국들에게 화웨이의 통신 장비를 쓰지 말 것을 권고했다. 화웨이의 장비에는 백도어가 설치돼 중요한 데이터를 빼가는 것이 의심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백도어는 시스템 접근에 대한 사용자 인증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응용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화웨이는 경쟁사보다 대폭 낮은 가격과 보안 무결성을 제시했지만 결국 SK텔레콤과 KT는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을 주 장비사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문에 공식 서명하면서 이같은 미국의 반화웨이 압박의 강도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보안 전문가는 "하나의 프로토콜이 일반적인 데이터 전송 기능을 하고 있어도 향후 백도어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기술적 문제를 떠나 정치적인 문제"라며 "미래의 보안 우려에 대해서는 누구도 지속적인 의심을 하거나 100% 완벽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한국 스마트폰 시장 공략도 이어질지 관심이다. 화웨이는 지난 2018년부터 KT의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과 함께 자사의 스마트폰 '노바라이트2'를 국내 시장에 판매했다. 노바라이트2의 출고가는 25만3000원으로 저가 스마트폰으로 통신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알뜰족이 타깃이었다. 지난해 미국이 자국 기업의 화웨이와의 거래를 제재하자 구글과 페이스북도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때문에 화웨이가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한 스마트폰에는 구글맵·지메일·페이스북 등이 장착되지 않았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 제조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자체 운영체제(OS)를 개발하며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한국에서는 자급제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알뜰폰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설지 관심이다.
한국화웨이 직원들과 대학생들이 지난해 열린 '화웨이 테크 살롱'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화웨이
화웨이는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며 지난해 5월 서울 중구에 5G 오픈랩을 개소했다. 5G 오픈랩은 5G 제품이나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5G 환경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곳이다. 화웨이는 5G 오픈랩을 개소한 이후 130명 이상의 개발자들 대상으로 5G 관련 교육을 했다. 또 매달 무료 ICT 강의 '화웨이 테크 살롱'을 열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이통사들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지원하려고 한다"며 "스마트폰은 지난해까지 공급했다가 남은 재고들이 판매 중이며 아직 신규 출시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