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저인 2.0%에 머물렀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투자·소비 등 민간부문 부진의 늪이 깊었다.
자료/한국은행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연간 및 실질 국내 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대비 2.0% 성장했다. 이는 지난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당초 민간기관에선 작년 성장률이 1.9%대를 기록해 2% 선을 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한국경제 실질 국내총생산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0.4%, 2분기 1.0%, 3분기 0.4%를 기록해 4분기에 최소 1% 이상이 나와야 2%를 사수할 수 있었다.
4분기 추경 효과 등 정부와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확대되고 건설, 설비투자 증가세 확대에 힘잆어 1.2% 성장을 달성한 결과 가까스로 2%대를 지켰다.
경제성장률이 2.0%대를 밑돈 것은 제2차 석유파동이 벌어진 1980년 -1.7%, 1998년 위환위기 당시 -5.5%,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0.8%) 등 세 차례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이끈 것은 정부 소비 영향이 컸다. 연간 성장률에 대한 정부의 기여도는 1.5%포인트로 2009년(2.3%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하반기 성장률 2% 목표 달성을 위해 가용자원을 총 동원한 결과다. 정부소비가 6.5% 증가하면서 지난 2009년(6.7%)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 국장은 "경기순환 측면에서 보면 정부가 지난해 확장재정을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린 데에는 우선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무역환경 악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에 따른 수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해 경기 부진은 민간소비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건설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연간 성장률에 대한 민간 기여도는 0.5%포인트에 그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로 전년(2.8%)대비 둔화되는 등 2013년(1.7%)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았다.
수출의 경우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1.5% 성장에 그쳐 지난 2015년(0.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도 0.6% 감소해 2009년(-6.9%)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는 8.1% 감소해 10년만에 가장 크게 떨어졌다. 건설투자는 -3.3%로 전년(-4.3%) 대비 상승한 수준이나 여전히 부진을 면치못했다.
경제활동별로 보면 제조업 1.4%, 서비스업은 2.6%로 전년대비 둔화된 수준이다. 건설업은 -3.2%로 전년(-4.0%) 이후 감소세를 지속했다.
국민들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소득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에 따라 전년 대비 0.4% 감소하며 실질 GDP 성장률을 크게 하회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해 4분기 성장률 1.2%는 2017년 3분기(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소비가 물건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을 중심으로 2.6% 늘어났고, 건설투자는 건물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 6.3%로 크게 늘었다.
민간소비도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 오락문화와 같은 서비스 등이 늘어 0.7%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1.5% 증가했다.
박양수 국장은 "정부가 4분기 이월불용 예산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으로 소비와 투자에서 지출이 늘었다. 3분기 민간 부문 기여도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한 순수출이 1.4%포인트에서 기저 효과로 0%포인대로 낮아졌으나 민간 부문 플러스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출은 기계류 증가에도 운수서비스가 둔화되면서 0.1% 소폭 감소했다. 수입은 자동차가 늘어난데 반해 거주자의 국외소비가 줄어 전분기 수준을 유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간 2% 성장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시장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은 지켜냈다"면서 "시장에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 가운데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조기 차단하고 향후 경기 반등 발판 마련에 자신감을 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