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동통신 3사의 기업 가치가 지난해 5세대(5G) 통신 상용화 이후 약 6조원 감소했다. 이통사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투자 비용이 늘어난 가운데 아직 킬러 콘텐츠가 없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이통 3사의 시가총액은 SK텔레콤이 19조 2579억원, KT는 6조 8542억원, LG유플러스는 6조 252억원이다. 3사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약 32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1월 초 3사의 시가총액 합계 약 38조원에 비해 약 6조원 감소한 수치다. 이통 3사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전반적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KT의 이날 주가는 2만6250원으로 장을 마감해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통사들이 지난해 5G를 상용화했지만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막대한 설비투자는 이어지지만 비용을 상쇄할 만한 수익 모델이 나오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통 3사는 지난해 수도권과 광역시들을 중심으로 5G 기지국을 설치하며 커버리지(도달거리) 확보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 3분기 이통 3사의 설비투자(CAPEX) 비용은 약 2조2000억원에 달했다. 또 5G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가입자 확보 경쟁을 펼치며 같은 기간 마케팅에만 약 2조1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2018년 5G 경매를 통해 확보한 3.5기가헤르츠(㎓)와 28㎓ 대역의 주파수에 대한 할당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납부해야 하는 5G 주파수 최종 낙찰가는 3조6183억원이다.
이처럼 5G와 관련해 앞으로도 투자를 이어가야 하지만 아직 제대로 돈은 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통 3사는 5G의 매출은 B2B(기업간거래) 시장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아직 5G B2B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팩토리를 비롯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플랫폼과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에 선보였지만 시장은 초기 단계다. 기술 고도화와 수요 창출을 위한 투자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시장에서는 5G 가입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LTE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11월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총 5G 가입자는 약 436만명으로 LTE(5543만명)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통사들은 각종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 등 5G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들이 5G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주로 고가 5G 요금제 가입자들에게 각종 AR·VR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익을 내려면 더 많은 5G 가입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초고화질 영상 스트리밍·자율주행 등에는 초저지연 특성을 지닌 5G망이 필수"라며 "현재는 투자 단계이지만 5G B2B 시장이 본격 열리면 이통사도 새로운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