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해운업계는 속이 탄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연료유 전환에 따른 공급 불안 요소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황유의 높은 가격은 점차 안정화를 찾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소규모 항만의 불완전한 연료 공급 채계로 해운선사들의 비용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제항해를 하는 선박은 황함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기존 연료유 고유황유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는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를 장착해야 한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연료유 전환에 따른 공급 불안 요소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부분의 해운선사는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높은 스크러버 대신 저유황유 사용을 선택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국적선사는 규제 대응을 위해 저유황유 1121만톤이 필요하다. 이중 327만톤은 국내에서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해운선사들은 안정적인 연료 공급을 위해 국내외 정유사와 저유황유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 우려하던 대로 저유황유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저유황유는 지난 22일 기준 톤당 646.5달러로 지난달 초 550달러에서 100달러 가까이 상승했다. 이러한 추세는 공급량이 더욱 확대되면서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가격 안정화보다 물류 체계 개선이 더 시급하다. 현재 일부 서해항과 강원도 동해안 항구에선 저유황유 공급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저유황유는 국내 정유사들의 주요 생산기지 울산, 여수, 대산 등에서 생산되며 연료유 저장 관리 시설은 부산항, 인천항 등 대형 항만 위주로 갖춰져 있다. 소규모 항만은 대형 항만에 비해 수요가 적기 때문에 연료유 공급 설비가 마련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소규모 항만에 기항하는 선박들은 급유선(벙커 바지선)을 통해 연료유를 공급받야야 한다.
이때 연료 품질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저유황유는 유동점이 높아 장거리 항해시 연료유가 굳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선내 연료를 가열하는 히팅(Heating) 설비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는 연료유가 굳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히팅 설비가 장착된 급유선을 찾기 힘들다. 이전에 사용하던 고유황유는 연료를 굳이 가열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해운선사들은 공급시설이 있는 곳을 찾아가 수급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해운선사의 비용 부담과 운항 효율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연료 공급을 위해 운항하다 항로를 이탈할 수 있는데 이때 항만 입항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또 입항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번에 많은 연료를 공급받을 경우에는 화물적재 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연료유 전환에 따른 공급 불안 요소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사진/현대상선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