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하며 검찰 이슈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바이러스성 질병 검역조사 체계화를 핵심으로 하는 검역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시급한 법안 처리 대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의원들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해체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추미애 장관은 법사위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회의는 한국당 의원들만 모여 추 장관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한국당은 지난 10일에도 여야 합의 없이 법사위 회의를 강행해 추 장관의 검찰 인사를 비판한 바 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은 이번 회의에서도 추 장관의 검찰 인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은재 의원은 "이번 검찰 인사는 검찰 학살로,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간의 사법농단"이라며 "권력형 비리도 성역없이 다루는 게 국민이 바라는 검찰의 본분이다. 그 길로 가는 사상초유의 윤석열 체제를 가로막는 것은 사법농단이고 명백히 독재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의원도 "두 차례에 걸친 검찰 인사를 국민과 언론은 '검찰파괴'라고까지 평가한다"고 꼬집었다.
주광덕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 수사하는 수사팀 중간간부에 대해선 인사대상을 삼지 말아달라고 했지만, 추미애 장관이 묵살했다"며 "장관이 검찰을 무력화하는 직권남용죄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의원은 "내 입맛에 맞으면 윤석열 총장이 '정의의 사도'고 안 맞으면 '정치검찰'인 것이냐"며 "(인사단행은) 백주대낮에 윤 총장을 길거리에서 집단 린치하고 왕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최근 문재인정부가 검찰 개혁을 빌미로 정권 관련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 현안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총선 공약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이른바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검찰총장 임기 6년으로 연장 △검찰의 예산 편성 독립 △검사 인사의 독립성강화 △공수처 폐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30일에는 검찰 인사와 관련해 특검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현안의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검찰 인사 문제를 '정권 비판'의 소재로 활용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장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검역법 개정안 등 감염병 대책법안의 처리가 중요하지만 '검찰 인사' 관련해 정쟁이 벌어지면서 법안 처리 논의는 또다시 뒤로 미뤄졌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