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대형마트, 편의점, 오픈마켓 등 유통채널이 마스크 품절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자발적인 구매수량 제한에 나섰다. 점포별로 발주량을 제한하고 일부 온라인몰에선 마스크 판매자들이 과도한 이윤을 취하는 것을 막고자 패널티 정책도 꺼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스크가 품절돼 판매대가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 채널들이 마스크 사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전방위적으로 시행하고 나섰다. 대형마트는 마스크 구매 수량을 전격 제한했다. 이마트는 최대한 많은 고객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점별로 인당 30매, '트레이더스'에서는 인당 1박스(20매~100매)까지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마트는 향후 마스크 수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구매 수량 제한을 도입할 방침이다.
편의점은 점포당 발주할 수 있는 수량을 한정했다. CU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마스크 9개 품목의 발주 수량을 제한하고, 4개 품목은 발주를 일시 정지했다. GS25는 최근 가맹점이 발주할 수 있는 마스크 수량이 평상시보다 50%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품귀 현상으로 마스크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다양한 셀러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오픈마켓이 대표적이다. 이에 오픈마켓을 전개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판매자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을 제재하기 위해 일제히 대응 조치를 시행했다. 쿠팡은 시장 가격을 상당히 초과하는 판매가로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판매자금지약관'에 따라,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모니터링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판매자를 발견하거나, 고객들의 신고가 있을 경우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한다.
티몬, 11번가 등도 모니터링을 시행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판매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티몬은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하며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의 제품은 비노출 제재를 가하고, 기획전 참여 및 판매 페이지 상단 노출을 금지키로 했다. 11번가도 '신종 코로나' 사태를 악용하는 판매자라고 판단될 경우 상품 노출을 제한하는 등 페널티를 부과한다.
서울 한 마트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상품이 품절된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이커머스의 규제망을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패널티를 받은 판매업자가 다시 새로운 판매자 아이디(ID)를 통해서 부당이익을 취할 수 있을 뿐더러,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특정 판매자가 이런 기간을 활용해서 부당이득이 챙길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약관에 따라서 조치할 수 있다. 문제적인 판매자는 판매 중지 처리시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내부적인 기준에 따라 부당이익에 대한 기준이 있지만 공개하기는 어렵다"라며 "사실상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마스크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도 '폭리'에 대한 기준 설정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실제로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5개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성인용 KF94 마스크 평균 가격은 3148원으로, 2년 전인 2018년 4월 대비 2.7배 증가했다.
제조사는 가격 인상 사유로 생산능력 한정 외에도 원단 수급 문제를 제기한다. 중국에서 원단을 수입해 마스크를 제작하는 국내 업체의 경우 원단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춘절 연휴 기간을 늘리면서 중국 원단 제조업체도 휴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 대부분이 중국산 원단을 수입해 쓰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원단은 가격이 저렴해 국내 업체 입장에선 수입 업체를 바꾼다 해도 마진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지자체에선 마스크 매점매석 등이 발각될 경우 선제적인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금지에 대한 고시를 공포하고,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도 지난달 31일부터 소비자단체 등과 합동으로 매점매석 집중 점검에 나서고,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다.
김응태·정등용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