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시대가 불러 다시 돌아온 가수 양준일이 14일 에세이 ‘양준일 MAYBE 너와 나의 암호말’을 낸다. 자신의 첫 책이며 19년 만의 활동 재개를 알리는 첫 작품이다. 지난 3일 예약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책은 펭수 에세이 판매 속도를 뛰어 넘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분당 50부, 1시간 만에 3000부, 3시간 만에 7000부…. 정식 출간도 되지 않은 이 책이 서점가를 뒤흔들며 신드롬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미리 발췌독 해 본 신간은 컴컴한 어둠, 한 줌의 빛을 보는 이야기다. 온갖 삶의 아픔을 딛고 이겨온 인간 양준일의 삶 그 자체의 기록.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에 닥칠 때마다 그는 생각했다. ‘Maybe that’s not it(아마도 이게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책에 새겨진 ‘MAYBE’는 확실한 것을 뒤집을 수 있는 희망의 은유다.
챕터 구분도 순서도 없는 책 구성은 독특하다. 짤막한 제목의 90여개 토막 글들은 순서 없이 펼쳐 읽어도 무방하다. 다만 글들은 크게 세 가지 주제로 수렴한다. 양준일을 단단하게 지탱해온 생각과 가사에 담긴 의미 해석,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개인사와 가족 이야기.
“이 책으로 삶의 본질을 갈구하는 여정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은 암호로 대화를 한다고 믿는다”는 작사관은 특히 흥미롭다. 책에서는 가사 곳곳 숨겨 놓은 암호말들을 풀어준다. ‘빨래를 걷어야 한다며 기차 타고 떠났다’는 ‘Fantasy’의 구절은 “이별에 대한 이유나 변명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빗댄 표현이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영어 열풍에 풍자적으로 빗댔다(곡 ‘DO YOU SPEAK ENGLISH?’)는 이야기는 20년 시간차를 가볍게 뛰어 넘는다.
그의 어둠은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 사이공에서 태어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에 막혀 활동을 접어야 했던 청년기를 지나면 서빙과 청소 같은 육체 노동으로 가정을 부양해온 지금의 이야기까지 흘러온다.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에도 그는 “영원한 것,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진리’로 믿고 이겨왔다고 회고한다.
양준일의 생각을 글로 옮긴 이는 그의 오랜 친구다. 양준일이 직접 붙여준 ‘아이스크림’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상우·손태영 부부, 이선균·전혜진 부부, 전지현 등 톱스타의 웨딩 화보를 촬영해온 포토그래퍼 김보하 실장은 양준일의 내밀한 진심을 흑백 사진의 따스한 질감으로 담았다.
책은 과거 양준일 만큼 지독히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을 향한다. 치유하고 위로한다.
양준일. 사진/ⓒ김보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