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해운업체들의 손실이 매주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의 항구' 역할을 해온 중국의 항만물류 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전 세계 선박 물동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 항구들이 중국에 몰려 있는 등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가 중국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이 연간 전체 해운물류 수익 증가율까지 감소시킨다는 분석이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해운컨설팅업체 ‘씨 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선박 물동량이 크게 줄면서 선주들이 매주 35만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집계했다. 컨테이너 물동량 기본단위인 TEU 운임을 대략 1000달러로 환산하면 그 규모는 3억5000만달러(약 4128억원)에 달한다.
대서양 횡단 항로의 경우 중국 춘절 연휴 기간 화물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물동량 축소치를 제외하고도, 초과 손실규모가 19만8500TEU(1억9860만달러·약2350억원)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유럽 항로도 코로나19 사태로 10건의 운항이 취소됐고, 북유럽과 지중해 사이를 오가는 항로에서도 화물을 채우지 못하면서 총 15만1500TEU(1억5150만달러·약1790억원)를 손해 봤다는 계산이다.
지난 4일 중국 산동성 청도의 컨테이너 항구 모습. 사진/AP·뉴시스
업체는 또한 화물운송 지연으로 인한 물류 타격도 상당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화물운송도 인력난을 겪는 등 물류 처리량을 다 소화하지 못해 운임이 폭등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미 중국 항만은 길어진 연휴 기간 쌓인 화물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프랑스 해운컨설팅업체 ‘알파라이너(Alphaliner)’는 올해 1~3월 홍콩을 비롯한 중국 항만 물동량 감소폭이 600만TEU를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을 지난 주 내놓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물류수익증가율이 0.7%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 항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글로벌 컨테이너 물류의 중심으로 기능해왔다. 중국과학원이 2017년 발표한 ‘글로벌 20대 컨테이너 항구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20대 컨테이너 항구 절반이 중국에 있으며, 범위를 10대 항구로 좁히면 홍콩을 포함한 7개 항구가 중국에 있다.
특히 아시아지역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세계 평균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보다 높다. 중국 항만 물동량이 전 세계 컨테이너 선사들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쳐온 만큼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공장의 조업 중단과 항만물류 차질 사태가 전체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이 크게 줄어 글로벌 선주들이 매주 약 4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AP·뉴시스
세계 해운물류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안팎으로 손실규모의 절대치를 비교하긴 무리지만, 업계 전체가 손실을 보는 만큼 국내 해운업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특히 현대상선을 중심으로 한 올해 해운재건 기대의 한 축이 오는 5월 출항을 앞둔 2만3000TEU 규모 초대형 컨테이너선이었는데, 사태가 장기화할 시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이 공장 조업 중단 등 직격탄을 맞으면서 해운업계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코로나 확산이 장기화하면 물동량이 감소하고 시황회복이 더뎌지는 등 우려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난 9일 이후 중국 일부 공장과 항만이 가동을 시작하는 등 정상화되고 있으니 손실이 장기화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부산항에서 처리한 물동량 추정치는 총 180만TEU로, 작년 1월보다 0.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수출입 물량은 78만5000TEU로, 86만7000TEU였던 전년 대비 8.4%나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환적 물량은 101만5000TEU로, 95만4000TEU였던 작년보다 6.4% 늘었다. 부산항 관계자는 “한동안 중국 항만물류가 마비되면서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물량은 줄었지만 환적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