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공판 전 공소장 공개가 피의사실 공표의 우려가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재판 개시 후에 당사자에게 공소장을 제공하고, 공개 재판을 통해 언론에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인 것 같다"고 말하자 "구체적인 개별 사건마다 다소 차이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노 후보자는 권 의원이 "공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쪽의 의견이 담긴 공소장이 공개되면 시점이 다를 뿐이지 피의사실 공표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고 질의하자 "그 부분도 알 권리 측면 등 여러 견해가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지적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10년간 검찰이 처분한 공표는 289건에 달하는데, 그중 기소는 단 한 건도 없다. 이 정도면 피의사실 공표가 사문화됐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논두렁 시계 이후에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자료로서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피의사실 공표가 계속되면 인권 침해와 사법권 침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동감한다", "동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떠나서 죄를 지었다고 단정하는 낙인 효과와 수사, 기소 과정에서 1심판결 전 낙인 효과가 있어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노 후보자는 "형사소송법에서도 공판 절차 개시 전에는 원칙적으로 공소장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박 의원이 "공판을 중심으로 보도돼야 하고, 상급심으로 갈수록 강화해야 한다"고 질의한 것에 대해서는 "지적한 부분에 전넉으로 동감한다"면서 "우리의 일부 언론이 수사를 발표하는 부분에 집중하는데, 유무죄를 다투는 것에는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지상욱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태를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을 가로막겠다는 생각에 참모를 교체하고, 수사와 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등 검찰의 힘 빼기로 보인다"고 질의하자 노 후보자는 "그 부분에서는 뭐라고 답변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지 의원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공소장에는 안보 기밀 사안이 없고, 민변과 참여연대도 비공개를 비판하면서 심각한 문제로 본다"고 말한 것에는 "공소장 비공개로 추 장관이 고발된 것으로 아는데,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 인사말에서 노 후보자는 "사법 개혁을 위한 법원의 여러 노력에도 법원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고, 재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존립 기반으로 하는 법원으로서는 매우 안타깝고 엄중한 상황이다. 저 또한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법부가 처한 현재 상황이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이상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재판 절차를 통해 찾아야 할 것"이라면서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 모두가 재판의 독립이란 헌법적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를 침해하려는 내외부의 시도를 과감하게 배척하며,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에 근거한, 예측 가능하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점이 제가 모든 긴장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이자 저에게 부여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 오늘의 청문 과정을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법관에 임명된다면 사건 기록 속에 녹아있는 당사자의 아픔과 고민, 분쟁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 다양한 이해관계가 공존할 수 있는 규범적 가치 기준을 정립하는 한편, 개별 사건에 숨어 있는 사회적·법률적 쟁점을 발굴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다음 달 임기 만료로 퇴임 예정인 조희대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난달 20일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 후보자를 임명 제청했다.
경남 창녕군에서 출생해 한양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노 후보자는 지난 1990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로 임관한 이래 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까지 약 30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했다. 탁월한 법이론에 바탕을 두고 논리를 전개하면서도 당사자로부터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재판 절차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