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윤석열, 왜 비판 대상 됐나…"총장 지위 맞는 역할 해야"

"수사 적절성·인권침해 요소 여부 조정해야" 지적
"검찰 총수로서 외압 막거나 수사 방향 설정 필요"

입력 : 2020-02-16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제개편 시행과 인사 단행, 수사·기소 판단 주체의 분리 제안에 이르기까지 검찰 개혁에 대한 행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선 검사와 지검장 당시 수사에 대한 소신만을 강조하면서 검찰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과거 현장에서 수사를 밀고 나가는 등 소신으로 평가받았던 방식이 개혁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인권보호도 중시해야 할 검찰 수장의 지위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출신 이재화 변호사는 16일 "윤석열 총장은 이전에는 수사만 하는 검찰이었는데, 지금은 검찰 전체 조직을 아우르는 수장"이라며 "기본적으로는 현 지위에 걸맞은 움직임을 못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장은 기백만으로 되는 것은 아닌데, 그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며 "수사팀장 등일 때는 박수받을 수 있지만, 그러한 인식을 하고서는 조직 위상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을 때는 기백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수사기관의 역할이 아니라 검사도 법률가로서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지난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간부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총장은 아직 자신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며 "현장의 지방검찰청 검사장이나 차장·부장검사의 직무와 검찰총장 직무는 다르다"고 말했다. 또 "검찰총장은 수사를 직접 하달하거나 지시하면 안 되고, 수사팀이 외압을 받으면 막아주거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수사가 위법한 경우나 실무 수사진이 직접 수사하는 과정에서 욕심이 앞서는 경우가 있으므로 검찰의 총수로서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검찰총장이 되면 거시적 관점에서 수사 방식이 적절하냐,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없느냐 등을 조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인권침해로 보일 수 있는 수사가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고, 그것을 지시하는 자체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고 본다"며 "검찰총장 자신이 엄정하게 수사해 온 사람이고, 검찰주의자다. 과거의 활동을 볼 때 검찰이 수사권을 놓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상부의 압력에도 적폐 수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소신 있는 검사로 각인됐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특별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지난 2013년 10월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과정에서 지시 불이행과 보고 절차 누락을 이유로 직무에서 배제됐고, 이후 법무부로부터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듬해 1월에 단행된 정기인사에서 윤 총장은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으로 발령받는 등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 수사를 거쳐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 직원들과 공모해 댓글을 작성하는 등 공직선거법·국가정보원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원장은 1차례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5년 4월 대법원에서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이로써 윤 총장은 자신의 수사 절차가 정당했음을 입증해 냈다.
 
다만 현시점에서 윤 총장의 행보를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최소한 법원의 판단, 1심 결과를 보고 나서 윤석열 총장을 평가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국정원 댓글 수사 때는 윤 총장이 좌천되면서도 수사를 끝끝내 해 유죄가 나왔다"며 "그 사건은 박근혜정부의 아킬레스건인데, 성과로 보여줬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검사라면 그러한 민감한 사건에 징계를 받으면서까지 유죄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 유재수 감찰,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사건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본다"며 "윤 총장의 수사를 불편하게 여기는 여론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검찰이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가운데 검찰 개혁을 두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요소는 계속해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검찰개혁 관련 전국 검사장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과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회의 개최 알림과 참석 요청'을 했고,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에도 취지를 전달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것은 지난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추미애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공포 후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 제정을 앞두고 검찰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검찰 수사 개시 사건 종결 시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의견, 검찰 수사 관행과 조직 문화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방침이다. 이 자리에 윤 총장은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인권보장과 절차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기소와 재판 주체가 나누어져 있듯이 검사의 수사 개시 사건에 대해서 내외의 다양한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이 추 장관의 지시로 관련 논의를 위해 윤 총장과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의 공소장 공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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