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두고 한진그룹과 KCGI가 설전 중이다. 당초 KCGI는 정관 변경을 통해 조 전 부사장 '컴백'을 막겠다고 말했지만 한진이 허점을 지적한 후에는 '3자 연합' 계약에 따라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3일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KCGI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조 전 부사장 경영 복귀를 막겠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KCGI는 지난달 말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과 주주연합을 결성해 다음달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임을 막겠다며 분투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는 이사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날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 의혹에 대해 "주주들은 경영에 나설 수 없고, 이를 정관에 못 박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조항이 생기면 주주연합 중 한 명은 이사 자격이 없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진그룹과 KCGI 주주연합이 조현아 전 부사장 경영 복귀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조현아 전 부사장. 사진/뉴시스
하지만 한진그룹은 이러한 KCGI의 주장이 '꼼수'라는 지적이다.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 관세법,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아동학대 혐의로도 기소됐지만 정작 배임·횡령죄는 없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강 대표 기자간담회 후 "주주연합은 오로지 배임·횡령죄에 대해서만 명시했다"며 "이는 조현아 복귀를 위한 꼼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주연합 측 인물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되면 조 전 부사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주총에서 선임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은 법률상 임원은 아니지만 등기임원처럼 경영에 관여할 수는 있다. 발언·의결권은 없고 이에 따라 등기임원보다 책임의 소지도 적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인 미등기임원이다.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후 대한항공은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계속 경영할 수 있고 한진칼 대표이사로도 대한항공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KCGI 주주연합이 주총에서 승리하면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허점은 있는 셈이다.
지난 20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강성부 KCGI 대표. 사진/뉴시스
KCGI는 강 대표 발언에 오해의 소지는 있지만 조 전 부사장 복귀는 절대 없다고 일축했다. KCGI 관계자는 "강 대표가 조 전 부사장 경영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다 세부적인 부분을 놓친 것"이라며 "정관으로 막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연합 계약상 경영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관상으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막을 장치는 없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KCGI 주주연합 계약 내용에 쏠린다. 강 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주연합 구성원이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확약'이 계약에 담겼다고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
KCGI 관계자는 "계약서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주주연합은 경영권에 대해서는 모두 내려놨다"며 "양측 입장이 다르니 공개토론을 통해 대중이 헷갈리는 부분을 바로 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