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국제 사회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대해 빗장을 걸기 시작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중국, 동남아 노선 등 중·단거리 위주로 손해를 입었는데 사태가 커지면서 중동, 유럽, 미주 노선까지 타격을 입을 위기다.
24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인이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한 나라에 중동 요르단이 추가됐다. 이로써 앞서 입국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스라엘, 바레인,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에 이어 모두 6개국에 한국 출발 항공기가 뜨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국 금지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을 거친 방문객을 격리하는 등의 조치를 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이날 추가된 마카오와 카타르를 포함해 영국, 카자흐스탄 등이 한국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이로써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에 대해 조치한 나라는 모두 15개국으로 늘어났다.
한국 관련 입국을 금지한 곳은 주로 중동이나 남태평양 지역으로, 한국 출발 수요가 많은 지역은 아니다.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 중 주요 국가도 영국, 마카오 정도다.
그래픽/표영주 디자이너
하지만 국내 확진자가 늘면서 이를 기점으로 한국에 대해 문을 닫는 국가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의 경우 지난 20일 기준 모두 41개국이 중국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입국 거부 국가 중에는 미국, 호주, 러시아 등도 포함돼 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중국인의 입국 자체를 막지는 않았지만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중단했다.
중국 여행 제한 조치처럼 한국에 대한 조치가 강화될 경우 중국, 동남아 노선을 넘어 유럽, 미주 노선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초 기준 전체 국적사는 코로나19로 전체 중국 노선의 70% 가량이 타격을 입었으며 이후 동남아, 일본 노선까지 여파가 확산됐다. 대한항공의 경우 여행 수요 감소로 앞서 두바이와 모스크바 노선 운항을 주 4회에서 3회로 줄였는데 이스라엘이 한국을 거친 항공기 탑승객의 입국을 금지하면서 이 노선 운항도 중단하게 됐다.
이처럼 장거리 여행객이나 한국을 거쳐 가는 환승 수요까지 줄어들면 특히 대형항공사(FSC)들의 타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전반적인 여행 수요가 줄면서 장거리 노선 승객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나왔지만 전 세계 각국이 한국 여행 제한 카드를 꺼내면서 또 다른 국면을 맞은 셈이다.
미국의 경우 아직 여행 제한 조치를 하진 않았지만 한국을 일본·대만·싱가포르·태국·베트남과 함께 '명백한 우한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국'으로 지정했다. 확진자가 늘어나면 중국처럼 입국 거부에 나설 수도 있다.
유럽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앞으로 여행 제한 조치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23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2명으로 전날보다 두 배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여행객이 급감한 가운데 24일 오전 한산한 인천 국제공항 입국장. 사진/뉴시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입국 제한 조치를 우려하는 국내 예비 여행객도 많아지고 있다. 네이버 한 유럽여행 관련 카페에는 영국 런던 입국심사 분위기를 묻는 글이나, 숙소 등 현지에서 한국인을 배척하는 분위기는 없는지에 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여행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출국 자체를 취소한 이들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입국 거부 조치를 한 국가 중 국적기가 취항하는 곳은 거의 없지만 확진자 증가 시 다른 국가들도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상황을 주시하며 노선 재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