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적막감만 감돈다.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고 가볍게 헛기침했다가 쏟아지는 주변인들의 눈빛이 따갑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사실 문재인정부의 초기 방어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본의 대표 극우언론 '산케이신문'에서조차 "아베 정부는 한국 정부를 보고 배워라"라는 내용의 칼럼이 나왔다. 지난 10일 확진판정을 받은 28번 환자를 기점으로 수일간 소강상태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곧 종식되는 것 아니냐는 희망이 커졌다.
그러나 '신천지교회'라는 초대형 변수가 등장하면서 모든 상황은 변했다.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대규모로 속출했고,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지난 16일 29명이었던 확진자는 열흘 만에 1000명에 육박한다.
이제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확진 환자와 접촉자를 찾아 신속하게 격리해 확산을 막는 '봉쇄 전략'과 환자들을 집중 치료해 피해를 줄이는 '완화 전략'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에 대응, 대규모 재정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단일한 명령체계'다. 지금은 정부의 방역 전문가(질병관리본부)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정치권의 협조도 절실하다. 특히 곧 편성될 '코로나19 극복추경'을 국회가 최대한 신속하게 통과시켜줬으면 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금까지 대응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차후의 문제다.
우리가 신종 감염병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지나친 공포감까지 가질 필요는 없다.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자체 회복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감염 사실도 모른 채 일상을 보낸 확진자들도 있었다. 결국 우리는 방역의 대상이 아닌 방역의 주역이다. 우리 자신과 가족, 이웃, 사회를 위해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한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