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연일 확산일로를 걷는 가운데 게임 업계에서 통큰 기부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19 피해 극복 지원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게임에 드리워진 부정적 시각을 벗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대형사인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부터 중소형사인 크래프톤, 위메이드, 트리노드까지 억 단위의 기부금을 내놓았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기업이 앞다퉈 코로나19 지원금을 내놓고 있다. 엔씨는 지난달 28일 3월 한 달간 엔씨 게임 가맹 PC방 사업주에 이용 요금의 절반을 보상한다고 발표했다. 넥슨도 지난달 24일 PC방 통합 관리프로그램 '게토'를 운영하는 자회사 엔미디어플랫폼을 통해 영남지역 PC방 가맹점에 2개월간 무인선불기 관리비를 면제했다.
게임 업계는 PC방 등 유관업계의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3N은 전국재난구호협회 등 코로나19 구제에 힘쓰는 기관에 20억원씩 성금을 냈다. 넷마블은 지난달 28일 자회사인 코웨이와 각각 10억원을 출연해 성금 20억원을 기부했다. 성금을 전달받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방호 물품·진단키트 등 의료물품과 복지 시설 방역에 기부금을 사용한다. 엔씨소프트도 같은 날 전국재해구호협회에 20억원을 지원했다.
넥슨은 지난 25일 자회사 네오플과 10억원씩 대한적십자사에 성금을 내놓았다. 넥슨은 앞서 대사관을 통해 중국에도 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해 약 17억원을 기부한 바 있다.
중소형사도 기부 릴레이에 동참했다. 게임 연합 크래프톤은 이날 유명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펍지주식회사와 대한적십자사 대구광역지사에 10억원의 기부금을 지정 기탁했다고 밝혔다. 기부금은 마스크 50만 장을 포함해,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방역 및 예방,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물품 및 구호 물품 지원에 사용된다. 위메이드와 트리노드도 각각 2억원을 대한적십자사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했다.
게임 업계의 이런 행보는 게임 기업도 사회 구성원임을 인식하며 그 책임을 다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WHO의 게임 질병 코드 도입, 확률형 아이템 문제 등으로 쌓인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 게임이 건전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게끔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게임 업계가 PC방 등 유관업계의 피해뿐만 아니라 사회 재해구호협회 등에 기부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게임업계가 내놓은 기부금 규모는 더 큰 사업 규모를 지닌 KCC·셀트리온그룹·CJ그룹 등이 내놓은 기부금 10억원보다도 크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교수는 "3N 사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는 국민적, 사회적 현안에 돈을 낸 것은 게임 산업 20년 역사상 처음이며, 서로 미루거나 액수를 서로 조정하지 않고 단시간에 이렇게 거금을 기탁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라며 "한국 게임 산업을 리드하는 책임감 있는 대기업다운 행보"라고 칭찬했다.
위 교수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게임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분노가 소멸하고 게임의 국민적 인식개선이나 확률형 아이템 문제 개선 등 게임 산업의 사회적 현안 해결에 크게 공헌해 게임 산업이 국민적 지지와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들에게 지원할 긴급 생필품 세트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