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코로나19가 미래의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은?

입력 : 2020-03-06 오전 6:00:00
살다 보면 강력한 경험, 정신적 충격이 기억으로 남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기도 하고 트라우마라고 한다. 트라우마는 개인만 겪는 것이 아니다. 사회도 겪고 직접 당사자가 아닌 목격자도 겪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 내 여러 모습의 기저에도 복잡한 기억들이 존재한다. 지난 세월호 사태, 메르스 사태 경험에다 정치적으로는 뒤바뀐 입장까지 중첩되는 가운데 난맥상이 만들어졌다. 
 
필자는 한마디로 과잉 비난과 과잉 대응이라고 본다. 초기에 중국 봉쇄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은 신천지라는 복병, 불확실한 사건에 의해 사후 합리화된 면이 있지만 이는 세월호 초기 대응의 실패라는 경험과 겹쳐서 타당성을 얻게 된다. 방역 전문가의 전문성보다는 대중의 정서와 정치적 입장이 섞여서 혼돈이 커진다. 사회 공동체에 영향을 줄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이 사건은 우리에게 충격적 경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특징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가장 강력한 사건은 1997년 IMF 사태였다.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이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 또는 친척, 친구 부모가 실업자가 되거나 파산하는 경험을 했다. 이는 이들 세대만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게 파산 가능성이 낮은 안정적인 직장, 대기업과 공무원을 선호하게 하는 트라우마가 됐다. 이것만이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현금 보유의 중요성, 최소 고용 관행은 지금까지 많은 비정규직과 높은 청년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은 '금 모으기'를 했으나 일부 부유층이 더 부자가 되는 양극화 경험은 결국 위기의 시기에 사회 공동체가 개인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 공동체 의식의 저하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IMF 사태와 같은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실업률이라는 경제적 충격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IMF 사태는 전 산업분야에 충격을 주었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소비생활, 경제활동에 중점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가 예외적인 사건이라면 사람들의 행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볼라(1976년), 사스(2002~2003년), 메르스(2012~2015년)에 이어서 이번 코로라19(2019~현재)까지 전세계적인 집단 발병 사례가 꾸준하고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전세계가 항공기로 일일 생활권으로 들어온 시대에 그만큼 질병의 전파 속도도 빨라지고 환경 파괴로 인간이 새롭게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사례도 늘어나면서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집단 전염병에 대한 트라우마는 사람들의 소비생활, 경제활동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일차적으로는 낯선 환경과의 접촉, 집단적인 대면 접촉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2003년 사스 사태는 온라인 쇼핑을 꺼리던 중국인들이 온라인 쇼핑을 일상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알리바바 성공 신화의 배경이 된 사회적 변화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메르스 사태 후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했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을 점점 더 온라인 생활로 끌어들일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새로운 변화는 재택근무다. 사실 재택근무, 원격근무, 화상회의는 선진국에서는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적 저항이 컸었다. 온라인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답답하고 얼굴을 보면서 일해야 제대로 일하는 것이라는 심리적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재택근무도 해보니 좋다는 경험이 생겼다. 앞으로 다양한 재택근무, 아니 어떤 환경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 근무는 기업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역량으로서 중요해질 것이다. 온라인 교육, 온라인 의료 등 더 많은 분야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는 가족 관계의 친밀성을 높여서 가족 단위의 활동이 늘어나게 할 것이다. 출생률도 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얼마 전에 NASA에서 중국 우한 상공의 대기가 관측이래 가장 좋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 기대서 생활하는 전근대적인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더 스마트하게 일하고, 더 가족 친화적인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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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