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수혈 받는 제주항공 "거대 LCC 도약 청신호"

코로나19 등의 악재 극복할 기폭제될 듯

입력 : 2020-03-09 오후 4:18:53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산업은행의 자금 수혈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거대 저비용항공사(LCC)로 도약한다는 계획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9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신디케이트론' 방식을 통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을 말한다. 이는 정부가 산은을 통해 LCC들에 일괄적으로 3000억원을 지원하는 것과 별개로, 이번 결정으로 제주항공은 추가 지원을 받게 된 셈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1위로 최근 몇 년간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8년에는 연간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대표 LCC로 성장했지만 일본 불매운동 확산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348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일본 노선은 물론 중국, 동남아까지 주요 노선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 545억원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성자산은 1500억원 정도로 추산돼 인수를 위한 자금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1월 이후 코로나19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하락했고 인건비는 계속 나가야 해 현재의 살림살이는 빠듯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스타항공 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돈도 만만치 않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은 47.9%, 부채비율은 484.4%인데, 지난해 항공 업황이 더욱 악화했기 때문에 상황은 더 나빠졌을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수은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제주항공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제주항공의 앞날에 파란불이 켜졌다. 사진은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항공기. 사진/ 각사
 
이처럼 이스타항공 인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지만 제주항공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최종 인수 결정을 내렸다. 회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이스타항공과 겹치는 노선을 정리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원가 절감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실제 산은에서도 포화 상태인 국내 LCC의 수를 줄여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지원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도 두 항공사가 중복 노선을 하나로 합치면 국내 항공시장 전체 경쟁이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자금 수혈 방식인 신디케이트론은 특성상 5~10년 중장기 저리·무담보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후 자리를 잡기까지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원 금액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인수 자금이 545억원이기 때문에 규모는 수백억원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주항공은 산은과 수은이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의견을 밝히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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